[현장연결]尹 유엔서 '기여 외교' 강조…속내는 '경제·공급망'

입력 2022-09-21 19:14   수정 2022-09-21 19:14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임기 첫 연설을 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한 개발도상국 지원 의지를 밝혔는데요.
    현지에 나가 있는 대통령실 취재 기자 연결해 그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문성필 기자.

    <기자>
    네. 뉴욕입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 중 어떤 점에 주목하면 됩니까.

    <기자>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했습니다.
    이른바 `기여 외교`입니다.
    1인당 GDP가 과거 1953년 전쟁 직후 67달러였던 한국이
    이제는 3만 달러를 넘어선 전 세계 12위 국가로 성장했으니, 제2, 제3의 한국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유엔에 자신있게, 책임있는 국가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못사는 나라에 한국이 선도적으로 도움을 주겠다, 이런 의미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많이 안 합겁니까?

    <기자>
    지난해(2021년)를 기준으로 한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29개 회원국 중 지원 규모로 보면 15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년보다 한 단계 상승한 순위입니다.
    ODA(공적개발원조) 규모는 지난해 총 28억6천만 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양자 원조가 21억5천만 달러, 세계은행 또는 지역개발은행에 출자하거나 UN에 출연한 다자 원조가 7억1천만 달러입니다.
    순위로 보면 평균 정도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경제 규모 대비 원조 비율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 GNI 대비 ODA 비율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 수치는 전년보다 0.02%포인트 늘어난 0.16%인데요.
    이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인 0.33%의 절반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0.25%), 이탈리아(0.28%)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입니다.

    <앵커>
    ODA 확대 선언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고요.

    <기자>
    ODA를 받는 나라뿐 아니라 ODA를 하는 나라도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셈입니다.
    2014년 기준이지만 영국 해외개발연구소 연구 자료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를 보면 영국은 무상 원조를 1달러씩 할 때마다 수출이 0.22달러씩 늘었습니다.
    59억 달러 무상 원조를 통해 수출은 13억 달러가 늘고 일자리는 1만2천여개가 창출됐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앵커>
    이밖에 또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습니까.

    <기자>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가 겪는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도 ODA가 활용됩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혹시 태평양 도서국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앵커>
    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중 마이크로네시아 연방, 마셜제도, 팔라우 등 14개 독립국가를 가리키는 말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최근 이 지역을 두고 중국과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 안달이 난 상황입니다.
    규모가 작은 섬나라로 구성돼 있지만 세계 주요 해상 수송로인 태평양 항로가 위치한 지리적 요건.
    그리고, 전 세계의 약 14%인 광대한 규모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풍부한 해양수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 2020년까지 이 지역에 26억1,572만 달러를 직접 투자 했고요.
    미국은 지난 2019년 이 지역에 1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2020년에는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앞으로 10년간 매년 6천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호주는 이 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약 20억5천만 달러 차관과 3억4천만 달러 규모 무상 원조를 집행했고.
    일본은 지난 2020년 약 2억8,900만 달러 규모의 ODA를 진행했습니다.
    공급망 다변화가 전 세계적 추세로 떠오른 만큼 ODA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이를 실현하는 셈입니다.

    <앵커>
    단순히 도움을 준다가 아닌 복잡한 셈법이 있는 것이군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예정됐던 한일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요.
    어떻습니까.

    <기자>
    기시다 일본 총리가 결정된 게 없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의 일방적 발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실은 순방을 떠나기 전인 지난 15일 두 정상회담 개최가 정해졌고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일본 측이 반발하는 내용의 인터뷰와 언론보도가 거듭 나온 셈입니다.
    회담이 열릴 것이 유력했던 오늘(현지시간 21일) 아직까지도 대통령실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 일정은 상대와 여러 관계가 있는 것이라 변동성이 항상 존재한다“면서 ”변동된다고 해서 철회나 입장 번복은 아니"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앵커>
    만약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주요 의제는 무엇이 될까요.

    <기자>
    먼저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못 받는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사입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일본이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수출규제 폐지 여부가 논의될지 관심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소재·부품·장비 자급화 비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공급망 연결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교역 정상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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