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97% 이상이 감염 또는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8∼9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표본 추출한 5세 이상 1만 명에 대해 코로나19 항체양성률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발표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로, 혈액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S(spike) 항원, N(nucleoprotein)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N항체는 자연감염으로만, S항체는 감염과 백신 접종 모두로 생긴 항체다.
조사 대상자 중 데이터 적합성을 검토 중인 이들을 제외한 9천901명의 항체양성률을 분석한 결과, 감염과 접종을 모두 포함한 S항체 양성률은 97.38%였다.
당국이 지난 1∼4월 10세 이상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1천6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의 항체양성률 94.9%보다 높아졌다.
당시 조사 이후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감염자가 늘어나고, 백신접종률도 높아지면서 항체 보유자도 더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미크론 유행 이후 사망률이나 중증화율이 낮아진 데에도 이처럼 높은 항체양성률이 요인이 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다만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항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데다 변이가 출현할 때마다 항체 지속기간이 짧아지고 있어 S항체가 있다고 해서 방어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추가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들 상당수의 항체는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인데다, 항체 지속기간도 짧게는 수개월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항체양성률이 높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국은 그러나 면역 정도와 무관하게 국민 대부분이 항체를 가지고 있어 재유행이 오더라도 중증화율은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백신을 제외하고 자연감염에 의한 N항체 보유자는 전체의 57.65%였다.
조사 직전 시점인 7월 말 기준으로 국민 전체에서 누적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8.15%였는데,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은 이보다 19.5%포인트 높은 것이다.
당국은 이 19.5%포인트가 확진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미확진 감염자라고 설명했다. 감염 사실을 몰랐던 무증상 감염자나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이들이 해당한다.
당초 일부 전문가들은 50%를 웃도는 오미크론의 무증상 감염률을 고려할 때 미확진 감염자를 포함한 실제 감염자가 공식 통계치의 2∼3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는데, 실제 미확진 감염자 규모는 예상보다 작게 나왔다.
연령대별로는 50대와 40대, 지역별로는 부산과 제주에서 미확진 감염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자연감염자 규모를 확인하고 정책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다. 당초 5월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절차상 문제로 2개월가량 늦어졌다.
정부는 이번에 확인된 정확한 감염자 규모를 향후 재유행에 대비한 감염 취약집단 관리나 중환자 병상 수요 예측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연내 두 차례의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분기별 정기조사를 추진한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번 조사 참여자 중 희망자들에 대해선 추적조사를 실시해 항체의 지속기간과 항체가 변동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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