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의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자 국내 채권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은 29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 당국이 시장 구조와 한국 자본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한 여러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데 따라 관찰대상국에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에 관찰대상국에 포함됐으므로 내년 9월이면 최종 편입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한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다. WGBI의 추종 자금은 약 2조5천억달러로 추산된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30일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는 부분을 방어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재료"라고 평가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WGBI의 추정 자금이 2조5천억 달러이므로 연간 51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채권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도 "현재 금리와 외환시장 불안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금리도 안정되겠지만 외환시장 쪽에서 보면 500억 달러 정도면 우리나라가 작년까지 연평균 기록하던 무역수지 흑자 규모여서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WGBI의 평균 듀레이션(잔존 만기)은 9.6년이지만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듀레이션은 7.1년이어서 외국인의 장기채권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지수 편입은 정부 재정에도 긍정적"이라며 "외국인들의 추가 매수 여력으로 정부의 발행금리가 하락하면 국고채 이자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70조원이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자 비용 절감 금액은 1조2천억∼1조2천800억원"이라며 "외국인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조치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는 1천억원 내외로, 이자 비용 감소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했다.
윤 팀장은 "금리가 대략 0.1%(10bp) 정도 덜 오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당장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감 외에 당장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김 연구원은 "금리 상승 폭이 크고 내년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어 전반적으로 추세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수급에 호재로 작용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윤 팀장은 "현재 시장에선 심리적으로는 도움이 되고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는 기대되지만 당장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는 건 아니어서 금리가 바로 진정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액티브 펀드 자금 유입 기대감도 있어 환율 안정 효과도 기대된다"면서도 "일단 기대감은 크지만,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효과 등을 수치상으로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