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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망하면 내가 낸 보험료는?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2-09-30 17:38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천만원 보호
보험계약이전제도로 계약 유지 가능


A보험사의 건강보험에 가입했던 김모씨. 그런데 보험사가 갑자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면?

보험업계 취재를 담당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보험상품은 어떤 게 좋아?", 뒤따르는 질문은 "그 회사 안 망해?"입니다. 보험은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는 장기상품이 대다수죠. 그렇다면 계약자들의 걱정은 딱 하나, `10년 또는 20년 후에 내가 낸 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입니다. 그 때까지 이 보험사가 망하지 않고 내 돈을 잘 보관하고 있을 지가 가장 큰 걱정이겠죠. 만약 그 사이에 보험사가 망한다면, 내 보험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 원까지 보호

금융회사도 망할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불리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와 파산으로 예금 대량 인출사태, 일명 `뱅크런`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몰려온 사람들로 저축은행 지점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우리나라에는 `예금자보호제도`가 있습니다. 금융사가 파산하는 상황이 와도 1인당 5,000만 원씩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예금에 대해 예금보호기구에 보험을 가입하고, 금융사의 영업정지나 파산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예금보호기구가 예금자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금보호기구는 예금보험공사입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 금융사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종합금융사 등 5개 금융업권입니다. 상호금융사로 분류되는 농·축협과 수협,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는 예금보험공사 대상 금융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단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신협은 신협중앙회, 농·축·수협도 각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금을 통해 최고 5,000만 원까지 보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예금자보호 한도 때문에 보호받을 수 있는 5,000만 원씩 개별 은행에 분할해 운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 원까지 상향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다만 금융투자상품이나 실적배당형 신탁,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등은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품입니다.

◆ 보험계약이전제도에 따라 보험계약도 유지

그렇다면 실제 사례를 볼까요. 최근 MG손해보험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가입자에게 제대로 보험금을 줄 수 있는 지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보험업법상 규정하는 100% 기준을 밑돌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MG손보에 경영개선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내렸지만 결국 자본확충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예금은 예금자가 낸 돈을 만기시점이 지나면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자산에 속하지만, 보험의 경우에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일정 기간동안 꾸준히 보험료를 내고 이후 지정한 기간동안 보장을 받는 상품이죠.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 원까지 보호는 되지만 해지환급금 보호에 머무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때문에 실제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을 때 이런 이유로 보장성 보험 가입자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내 보험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사가 파산할 경우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계약이전제도가 적용됩니다. 금융위원회가 나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이 제도 때문에 그간 수많은 보험사들이 사라졌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본 가입자들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 이번 MG손보의 사례를 봐도, 금융당국은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의 관리인을 통해 유동성 현황을 점검토록 하고, 가입자들의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 등의 업무가 평소와 같이 이뤄지며 기존 계약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안내했습니다. 추후 공개매각 등 정리절차도 조속히 진행한다는 입장인데, 다른 금융회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계약자의 보험계약도 변동없이 그대로 이전됩니다.

◆ `RBC·BIS·NCR` 기억하기

보험계약이 이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불안감은 떨쳐내기가 쉽지 않죠. 이런 상황을 대비해 금융소비자들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를 꼭 알아둬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RBC비율입니다.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인데, 보험업법에 따라 100% 이상 유지해야합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다 안전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 이 수치를 150%까지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경우엔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하는 자기자본비율, BIS비율을 지켜야 합니다. 위험자산에 대해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건전성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경우에는 영업용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같은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금감원은 분기별로 금융사별 지표를 지속적으로 공시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내가 이용하고 있는 금융사의 재무건전성 흐름을 체크해볼 수 있습니다.

★ 슬기로운 TIP

보험소비자가 알고 있으면 좋은 팁, 내년부터는 보험업권에 적용되고 있는 회계기준이 변경됩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회계기준(IFRS4)가 한국 관행을 인정한 기준이라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회계기준(IFRS17)은 국제통일기준입니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가 시가로 평가됩니다. 가입자에게 지급돼야 할 보험금은 보험사 입장에서 `부채`로 인식되는데, 이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과거 확정형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해온 보험사는 향후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 만큼 부채가 늘어나는 것으로 회계에 잡히는 방식입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손익계산 방식이 바뀌는 만큼 금융당국은 이에 맞는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RBC비율을 대체하는 지표로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평가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새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그에 따라 보험사들이 얼마나 자본확충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체크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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