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삼성전자가 밝힌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현지시간 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삼성 파운드리 포럼 행사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는데요. 이자리에서 2025년까지 2나노, 2027년까지 1.4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억분의 1m를 가리키는 나노미터는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3나노미터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초미세공정에서 대만 TSMC를 압도했는데, 이번에도 TSMC 보다 앞서 1.4나노 공정 로드맵을 공개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앵커> 네. 기술력에서 앞서겠다는 의지는 좋은데, 먼저 양산했다고 밝힌 3나노도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잖아요. 공교롭게도 메모리 업황이 부진한 현시점에 삼성이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군요.
<기자> 네. 연휴 직전 삼성전자 하반기 반도체 매출이 4월 대비 30% 이상 하락할 거라는 뉴스가 나왔죠. 메모리 업황 부진에 따른 것인데.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아 곧있을 실적발표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삼성전자 최대 화두인 ARM 협력과 더불어 반도체 분야에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공교롭게도 현 시점에 1.4나노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상용화한 삼성전자 3나노는 현재 수율을 개선하면서 안정화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현재 수율은 60% 이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3나노 제품 실적 반영 시점을 내년인 2023년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2세대 3나노 제품도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지난 9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TSMC가 3나노 수율 80%에 달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죠. 특히 애플은 올해 말 신형 맥북에 탑재될 M2칩을 TSMC 3나노 공정에 맡길 예정입니다. 이밖에 엔비디아, AMD, 퀄컴 등도 향후 TSMC 선단공정을 이용할 것으로 보이고요.
아직 3나노 대형 고객사를 유치했다고 밝히진 못 하고 있다는 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대 약점입니다.
다만 TSMC와 비교했을 때 그렇고요. 4나노·5나노 수율 개선으로 나름 삼성 파운드리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시장점유율이 1분기 보다 0.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에 삼성 파운드리 매출도 1분기 53억2,800만 달러에서 2분기 55억 8,800만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TSMC의 시장점유율은 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앵커> 2027년이면 앞으로 5년 뒤 1.4나노 공정까지 가겠다는 건데요.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2024년 1.8나노 공정에 도전하겠다고 밝혔고요.
대만 TSMC도 삼성전자와 같이 3나노, 2나노에 이어 1.4나노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초미세공정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소수점 단위로 경쟁하는 모습인데, 삼성 3나노 처럼 누가 먼저 기술을 선점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구체적인 삼성전자의 전략은 이렇습니다.
현재 70% 가량 모바일에 치중돼 있는 사업 구조를 개선해서 고성능 컴퓨팅, 차량용 반도체, 사물인터넷 등 앞으로 시장성이 높은 제품 비중을 2027년까지 50%로 높이겠다는 목표입니다.
또 선단공정, 즉 현재 성숙공정이 아닌 최신공정 생산능력도 2027년까지 올해 보다 3배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입니다.
결국 오늘 밝힌 1.4나노 로드맵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5년 뒤 어떤 기술력으로 무엇을 먹거리로 삼겠냐가 담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이렇게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을 밝힌 삼성인데, 지금 최대 화두가 ARM 인수 건이잖아요. 일각에서는 ARM 단독 인수가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 해가 될 거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기자> 네. 삼성과 애플의 관계처럼 빅테크 기업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사이입니다.
만약 모바일 AP의 기초 라이선스를 다수 가지고 있는 ARM을 삼성전자가 단독 인수해 수직계열화 한다면요. 퀄컴, 엔비디아 등 경쟁관계에 있는 고객사들이 오히려 삼성 파운드리를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실제 애플도 2016년까지 삼성전자에 AP 위탁생산을 맡겼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금은 그렇지 않죠.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단독 인수는 독과점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만남은 베일에 싸여 있는데요. IPO를 진행하는 ARM에 대한 지분투자가 유력해 보입니다. 지난 2012년 ASML 지분을(당시 3%) 획득했던 때처럼 지분투자와 이에 따른 사업적 협력을 기대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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