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작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타이 후이 JP모건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6일 오전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긴급진단 : 달러 초강세 속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 위험 점검` 웨비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유효하다"며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는 매우 저평가돼있고 미국 달러는 매우 비싸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격차·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유럽, 영국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의 경상수지가 여전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달러 표시 대외부채도 안정적인 수준이며 시장이 한국 정부·한국은행의 정책 운용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 등은 원화 가치를 지지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장 컨센서스는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하기보다 3개월 내 1,400원, 12개월 내 1,32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 우려에 대해 "최근 아시아통화 급락세가 해당 국가의 기업·금융기관들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가 제2의 외환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아시아 국가들이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를 미 달러에 페그 시키는 등 지속 불가능한 정책을 남발하면서 누적된 불균형으로 촉발됐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아시아 주요국들이 이러한 불균형을 피하고자 관련 위험들을 잘 관리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한국은 외환 당국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활용한 수출업체 선물환 직매입 등 여러 가지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이미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반드시 활용할 필요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스와프 체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원화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효과적인 대비책이라고 평가했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한국 증시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실물경제 악화보다는 첨단기술주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한국증시 특성과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아시아의 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위험, 이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주식이 밸류에이션상 "매우 저렴한 상태"이지만 반등을 위해서는 전자제품 수요·글로벌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살아나는 것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여전한 현시점에서는 저성장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버틸 수 있는 기업들의 회사채나 경기방어주 등이 가장 바람직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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