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동원령에 동물도 고통…주인잃은 개·고양이 급증

입력 2022-10-07 13:49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이후 러시아에서 주인 잃은 동물이 급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해외로 탈출하거나 징집된 시민들이 반려동물을 거리에 유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동원령 발령 후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주 거리에서는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와 고양이 수백 마리가 발견됐다. 비단 거리에서뿐만 아니라 공항이나 주인이 떠난 빈집 등에서도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버려진 동물이 최근 들어 갑작스레 늘면서 지역 내 동물보호 시설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민들은 무작정 동물보호 시설로 전화를 걸어 "개를 맡아주지 않으면 유기하거나 (개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고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전했다.

러시아 서부 크라스노다르주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목격된다.

이달 들어 크라스노다르 주민들이 사용하는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콘탁테(VK)에는 "길에 버려진 개를 발견했다.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주민들은 또 동원령 발령 전과 비교해 최근 거리를 떠도는 개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활동하는 동물보호 활동가인 안나 바이만도 "최근 많은 고양이와 개가 버려지지만, 그들을 돌볼 곳이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이 오면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도는 유기 동물들 문제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활동가들은 "버려진 동물은 느는 데 반해 보호소를 돕기 위한 기부나 자원봉사자 손길은 점점 줄고 있다"며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러시아 지방 정부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최근 극동 아무르주는 징집된 시민들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임시로 수용할 수 있는 보호소 8곳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동물 유기 문제는 러시아의 해묵은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떠돌이 개가 행인을 공격하는 일은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사할린주와 캄차카주 등 극동 곳곳에서는 어린아이 등이 유기견에 물려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잇따랐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로 외국산 마취제가 부족해 떠돌이 개 포획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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