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한 이후 수도 키이우(키예프) 중심부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으로 여겨져온 크림대교 폭발 이틀만으로, 푸틴이 `피의 보복`에 본격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재보복을 공언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우크라이나 주변의 긴장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
AFP·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 15분께(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 공습으로 큰 폭발이 최소 10차례 일어나 사상자가 다수 나왔다. 또 서부 르비우, 중부 드니프로, 제2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 등 다른 주요 도시에도 공격이 감행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공습 사이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사일 타격이 있고, 불행히도 사상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고 완전히 말살하려 하고 있다"라며 "자포리자의 집에서 잠 자고 있던 우리 국민을 죽이고, 드니프로와 키이우에서 출근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키이우 공습으로 적어도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공개한 영상 연설에서도 "그들은 두 개의 목표물을 겨냥했다. 그들은 공포와 혼란을 원하고, 우리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길 원한다. 두 번째 목표물은 사람들이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공격 시점을 사람들이 출근을 시작하는 월요일 러시아워로 잡아 피해 극대화를 노렸으며, 이란산 공격용 드론을 활용한 공격까지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출근시간대에 미사일 75발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날아왔고 이 중 41발을 격추했으며, 8개 지역의 중대 기반시설 11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폭격을 받은 키이우의 셰우첸코 지구는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 등이 자리한 유서깊은 지역이다.
DPA통신은 키이우 도심에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 본부가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조치로 키이우 심장부 등을 폭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SBU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기관이다.
우크라이나측은 이번 공습과 관련, 러시아를 맹비난하며 `복수`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람들 사이에서 희생과 파괴가 있었다"라며 "적들은 우리 땅에 몰고온 고통과 죽음에 대해 벌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복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공습에 대해 "이것은 러시아 문제가 무력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문명세계에 보내는 또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키이우가 공격을 받은 것은 지난 8일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폭발로 일부 붕괴한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크림대교 건설에 나서 2018년 5월 교량을 개통했다. 이곳은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을 러시아 본토와 잇는 보급로라는 현실적인 중요성 외에도 푸틴 대통령에게는 개인적으로 힘과 자존심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일을 자신들이 했다고 나서지는 않았으나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지휘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중대한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려는 테러 공격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