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왕좌 내준 삼성...1위 탈환 돌파구는

정재홍 기자

입력 2022-10-12 13:14   수정 2022-10-12 13:14

    <앵커> 반도체 시장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적인 반도제 장비 수출규제까지 시행되면서 시장에 악재가 쌓이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반도체 매출 1위를 내주는 등 우리 기업들에겐 더욱 비상 상황입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정 기자. 일단 긴급한 뉴스부터 좀 짚어봐야겠습니다.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본격적으로 중단한 것 같은데요. 우리 기업들도 영향을 받는다고요.

    <기자> 네. 우리시간으로 어제 늦은 저녁, 외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미국 주요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KLA가 인텔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중국에 위치한 고객사에 납품 중단을 통보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 추가 규제 조치안으로 18나노미터 이하 D램과 128단 낸드플래시, 비메모리인 14나노 로직칩 등과 관련된 생산장비와 소프트웨어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KLA는 이 조치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 중국 시안과 우시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서 미국의 개별 심사/허가를 받아야 규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조치에 따라 KLA가 지침을 내린 것일 뿐이라며 개별 허가를 받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미국의 중국 수출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받을 영향에 대해선 `수혜다`, `악재다` 이견이 있지 않았습니까. 규제조치가 슬슬 체감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체 반도체 산업이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건 피할 수 없고요. 미국의 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선 호재입니다.

    중국은 가장 큰 반도체 소비 시장이기에 규제조치로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겁니다. 잘 나가는 대만 TSMC 주가도 지금 휘청이고 있는 게 이런 우려를 반영한 거고요.

    다만 우리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3~4년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같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번 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중국 화웨이가 스마트폰에서 삼성을 바짝 추격하다 미국의 철퇴를 맞고 추락한 것처럼 우리로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겁니다.

    <앵커> 위기는 기회라고 우리 기업들이 잘 대응해야 할텐데요.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요.

    <기자> 안 좋은 얘기를 조금 들려드리면요.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 4분기 실적은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을 전망입니다.

    지금 보시는 그래프는 한 증권사의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입니다. 영업이익은 3분기 10조 8천억 원에서 4분기 9조 4천억 원까지 줄어듭니다. 내년 1분기엔 8조 원대, 2분기엔 7조원 대까지 계속 하락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내년까지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이 실적 가운데 반도체 부문 전망치만 따로 보면, 반도체 부문이 줄어든 것 만큼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메모리 분야 가운데 하나인 낸드플래시에선 적자 기록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요.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요. 바라보는 제가 더 걱정하지 무덤덤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지속하는 동안 몇 번이고 흔히 `다운사이클`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시는 건 코로나19 이전 `반도체 슈퍼호황기`라고 불렸던 2018년 이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그래프입니다. 지금이랑 상황이 비슷하죠. 약 2년간 부진이 이어지다가 다시 10조 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한 게 2020년 3분기입니다. 업황 주기가 똑같진 않겠지만 지금 시기에 대입해보면 내후년 상반기는 돼야 업황이 살아난다는 말이 됩니다.

    <앵커> 결국 삼성이 다시 반도체 왕좌를 찾을 해법은 `시간`밖에 없다 이것인가요?

    <기자>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중요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불황기에 기술 투자를 늘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활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와 비메모리에서 기술 투자 로드맵을 공개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현재 메모리 분야 선두 기업들의 주력은 4세대 10나노급(14나노) D램입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5세대 10나노급(12나노) D램을 양산할 예정입니다. 4세대 10나노 D램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겠다는 포부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경쟁을 불 붙인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도 올해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 1000단 낸드플래시까지 개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술 로드맵을 최근 잘 공개하지 않던 삼성전자가 2027년까지 1.4나노 파운드리 기술 개발 일정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계획까지 공개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밝힙니다. 그만큼 현재 시장상황을 반영해 고객사와 투자자들에게 안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로서는 불황기에 반도체 초격차 기술 개발로 메모리 1위 탈환, 비메모리(파운드리) 추격에 일단 집중해야 하는 거고요.

    최근 크게 이슈가 된 ARM 협력 외에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M&A 같은 굵직한 과제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불황기에 활황을 대비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는 않아 보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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