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 돌파를 눈앞에 두며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14일(현지시간) 오후 5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6엔 오른 달러당 148.73∼148.83엔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46엔대로 올라선 뒤 1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147엔대를 돌파한데 이어 하루 만에 148엔을 넘었다. 엔·달러 환율이 148엔대까지 치솟은 것은 일본의 주식과 땅값이 모두 오르는 `거품(버블) 경제` 후반이던 199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마저 넘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엔저의 다음 고비는 150엔"이라며 "150엔은 일본 사람들에게 특별한 숫자라는 인상을 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엔저 현상의 배경에는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와 더불어 허약해진 일본 경제가 있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13일에도 "일본은 경제 회복 속도가 늦다"며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라는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가 `엔화 팔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9월 말을 기준으로 유로화와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 이후 일본 국내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가전과 반도체 생산도 기세를 잃었다"며 "32년 만의 엔저는 일본 경제에 대한 경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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