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더’ 신하균이 절제된 연기로 남겨진 자의 아픔을 표현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중 신하균은 아내 이후(한지민)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에 초대된 남편 재현 역을 맡았다. 재현은 지금까지 신하균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내면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담하다. 이후는 재현에게 "당신은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인물은 아니다.
드라마 초반 재현의 주된 감정은 슬픔이다. 하지만 그는 오열하지 않는다. 재현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안타까운 이별을 겪은 사람만의 공허함이 묻어 있다. 신하균은 텅 빈 눈동자, 충혈된 눈, 이마의 힘줄만으로도 재현의 슬픔과 공허, 고통을 완벽하게 표현, 보는 이들에게 감정을 전이시킨다.
이후 재현은 아내의 기억으로 창조된 욘더라는 가상세계에 초대되어 혼란스러워 한다. 이후가 계속해서 그를 부르지만 차분하고 이성적인 그는 욘더, 그리고 바이앤바이를 의심하고 경계한다. 하지만 바이앤바이에서 만난 이후가 더 이상 무섭지도, 아프지도 않다고 말하며 `(욘더는)내가 있는 곳. 당신은 없는 곳`이라고 말하자 욘더로 떠날 결심을 한다.
욘더에서의 재현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사랑하는 이후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재현은 밝고 유쾌해 보인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며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욘더의 한계는 명확했고 영원은 결코 천국이 될 수 없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재현은 욘더가 천국이 아님을 세이렌(이정은)에게 이야기한다. 확신이 실린 재현의 차분한 목소리는 세이렌과 보는 이들을 설득시키며 죽음과 천국,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 재현의 역할은 시청자들을 드라마 `욘더`로 이끌고 나가는 세이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하균은 재현의 응축된 감정과 변화들을 담담한 어조, 그리고 슬픔이 서린 눈빛으로 넘치지 않게 표현한다. 재현의 감정이 시청자들의 고민을 앞지르거나 넘어서지 않도록 철저한 선을 지킨 것. 그 덕분에 `욘더`만의 의미와 감동이 더해질 수 있었다.
유연하면서도 노련한 연기로 죽음, 남겨진 사람들이 현실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 신하균. `욘더`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그가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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