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사업 떼라"...KT&G에 날아든 주주제안

박승완 기자

입력 2022-10-26 15:21   수정 2022-10-26 20:07

    <앵커>

    KT&G가 한국인삼공사(KGC)를 떼내야 한다는 사모펀드 주장에 주가가 급등한 상황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박 기자, 먼저 이번 주주 제안 내용부터 짚어보죠.

    <기자>


    총 5가지인데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것`, `한국인삼공사를 독립시킬 것`, `부동산 개발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할 것` 등 입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이하 FCP)가 26일 `KT&G 주주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공개된 내용인데요. 이를 통해 짧게는 두 배, 길게는 다섯 배 이상의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FCP는 칼라일 한국지사를 이끌던 이상현 대표가 만든 사모펀드로 KT&G의 지분 1%가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대표는 "올 4월부터 수차례 케이티앤지 경영진과 만났다"면서 제안이 받아들여지도록 "주주와 경영진,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란 입장입니다.

    <앵커>

    KT&G는 올해로 민영화 20주년을 맞이했죠. 국내외 투자자들이 잇따라 주주 제안을 내는 분위기인데 이유가 뭘까요?

    <기자>

    현재 주가가 15년 전보다 낮을 만큼 심각한 저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평균 시가총액이 전체 본질 가치의 절반도 안 된다는 거죠. 실제로 KT&G의 전체 시가 총액은 9.8조 원인데, 담배 사업부 가치만 11.5조 원으로 주식 시장에서 평가가 박한 상황입니다. "KT&G가 막강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프리미엄을 받아 마땅"한데도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죠.

    원인은 `거버넌스`가 지목됩니다. `주인 없는 회사`이다 보니 성과 관리가 제대로 안돼 성장이나 수익성을 챙기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KT&G의 담배·인삼 시장 지배력이 단단하고 사업 성장성도 높은 만큼, 앞서 나온 해결책들을 통해 주가 잠재력을 최대한 올리자는 주장이죠.

    <앵커>

    KT&G의 최대주주로 국민연금(7.5%)이 있지만 강력한 `리더십`은 없는 게 사실이죠. 여러 항목 가운데 인삼사업 분리가 눈에 띕니다?

    <기자>

    올해 2분기 기준 KT&G의 건강기능 사업(인삼) 매출은 전체의 5분의 1(17.4%)정도입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불이 꺼진 면세점을 중심으로 판매량 회복 기미가 없다는 건데요. 때문에 이전해 같은 분기와 매출을 비교해 보면 2020년 1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역성장 중인데, 이는 전체 영업이익을 깎아먹고 있습니다.

    한국인삼공사는 KT&G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입니다. FCP의 구체적은 제안은 KT&G에 담배 사업을 남기고 한국인삼공사의 지주회사를 `신설법인`으로 나누자는 내용입니다. 기존 KT&G 주주들이 케이티앤지와 신설기업의 지분을 모두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앵커>

    인적 분할 방식을 택한다면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피해 갈 수 있겠군요. 분리를 통해 인삼공사가 얻는 이익은 뭘까요?

    <기자>

    인삼 사업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삼과 담배는 주요 소비자나 유통 방식, 마케팅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사업인데 KT&G만 중심에 두고 회사를 꾸려간다는 지적이죠. 주식 시장에서도 지금처럼 담배 회사의 자회사로 있다 보면, 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죠.

    인적분할을 위해서는 상법상 주주총회에서의 가결이 필요합니다.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가(66.7%) 찬성하면 가능한데요. 분할이 완료되면 기존 주주에게 신설법인의 새로운 주식이 주어집니다. 이에 대해 KT&G는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습니다.

    <앵커>

    과거 2006년에는 KT&G가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소위 `먹튀`를 당했던 사건이 있었죠? 그때 상황은 어땠습니까?

    <기자>

    `기업 사냥꾼`으로 평가받던 칼 아이칸은 2005년 9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KT&G의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늘린 바 있습니다. 경영권 위협에 KT&G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고, 4만 원 초반이던 주가도 1년 새 6만 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주가가 오르자 아이칸 연합은 KT&G 주식 696만 주를 한꺼번에 시장에 내다 팔았고, 매각차익과 배당금 등을 포함해 1,5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뒀습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상황인데,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FCP가 `착한 행동주의`를 앞세워 이사회와 주주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것이 목표라는 건데요. 또 FCP와 KT&G가 우호적인 관계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입니다.

    <앵커>

    앞서 얘기한 대로 KT&G가 검토할 예정인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겠군요. 결과를 떠나서 이번 주주 제안은 주가에 어떤 영향 미칠까요?

    <기자>

    당장 증권가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KT&G의 담배사업 영업이익이 높은 반면 인삼공사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전체 사업을 놓고 봤을 때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요. 인삼공사를 분리하면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이 커지고,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실제로 KT&G는 오늘 오전 장에서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어제 종가 대비 3%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 중인데요. 주주 제안 자체만으로도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모습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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