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영화감독 병수(권해효 분)가 오랜만에 만난 딸 정수(박미소)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을 찾는다. 미술을 공부한 딸의 새로운 도전을 돕기 위해서다.
4층짜리 작은 건물을 소유한 디자이너는 1층 식당 입구에서 감독 부녀를 맞이하고, 한 계단 한 층을 함께 오르며 각 공간의 의미를 설명한다.
각층의 공간은 꼭 주인이 아니더라도 통행이 자유롭다. 제멋대로 밀고 들어가고, 마음 내킬 때 빠져나오는 그곳은 `탑`으로 불리는 옥상 공간으로 이어진다.
회색 필름 바탕에 그려지는 이야기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탑`이다. 그의 28번째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설렘이 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궁금하고, 그리웠던 이를 만나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거나한 술자리 속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을 그린다. 하지만 그 욕망은 고단함, 고독으로 귀결된다.
작품 `탑`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같이 배역을 소화하는 권해효, 변하지 않는 카리스마의 이혜영에 반색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음식점 주인 역 송선미의 합류는 빈 와인병이 여러 개 놓인 테이블의 남은 한 자리에 보는 이를 초대하는듯하다.
영화에서는 마치 `홍상수의 상황`처럼 연상해볼 만한 장면이 더러 나온다. 배우 김민희와 불륜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그는 영화 속에서 남녀 간 미묘한 감정변화를 섬세한 연출로 드러낸다.
그의 피앙세로 볼만한 김민희는 전작처럼 작품에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엔딩크레딧에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린다.
작품 `탑`은 이달 초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다. 영화제 당시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배우들의 인사가 있었지만, 홍상수와 김민희는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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