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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60%가 임대료라면 누가 장사하겠나" [전효성의 유통인싸]

전효성 기자

입력 2022-11-02 18:24   수정 2022-11-04 14:02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 인터뷰

《홈쇼핑 송출 수수료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지적(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오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홈쇼핑 매출의 60%를 수수료로 내는 건 많은 것 같다"며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송출 수수료가 결국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을 만나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어떤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정도 수준인가

"홈쇼핑 업체들은 통신3사의 IPTV와 유선방송사업자(MSO) 같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송출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이 TV채널 번호를 부여받아 사용하는 비용이죠. 일종의 임대료 같은 겁니다. 그런데 홈쇼핑 업체가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가 홈쇼핑 방송 매출액의 60%에 달합니다. 홈쇼핑에서 1천원짜리 상품을 팔면 홈쇼핑사가 300원 정도를 수수료를 받는데, 그 중 60%인 180원 정도를 유료방송 사업자한테 주는 셈입니다."

Q. IPTV의 등장을 기점으로 송출수수료가 크게 올랐다

"전국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3,500만명 정도인데 55% 정도가 IPTV 가입자입니다. IPTV의 전체 가입자 수가 지난 2018년도부터 MSO 가입자보다 많아졌습니다. IPTV의 강점은 시청권이 전국권이라는 겁니다. MSO는 서울 1개 자치구, 지방은 2~3개 시·군을 묶은 정도인데요. IPTV는 전국을 방송 권역으로 하다 보니까 홈쇼핑 입장에서는 구매력 높은 대도시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거죠. IPTV 가입자가 늘면서 송출 수수료를 많이 올려줬는데 증가율이 연평균 20~30% 정도였습니다."

*IPTV란 통신3사가 운영하는 TV 상품으로, KT올레tv, SK브로드밴드, LGU+ tv 등이다. 인터넷 망을 활용해 방송을 송출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동일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지역유선방송사업자(MSO)는 시·군·구를 기준으로 서비스 권역이 제한된다. 헬로비전, 티브로드, HCN, 딜라이브 등이 대표적인 사업자다. 현재 주요 MSO는 IPTV로 인수합병 된 상황이다.

Q. IPTV가 MSO 사업자를 품에 안았다. 송출 수수료 협상력에서도 차이가 생겼나

"공정거래법상 IPTV 3사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LGU+가 CJ헬로비전을 인수했고요,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인수했고, 현대HCN을 KT스카이라이프가 인수했죠. 3개 통신사의 범 유료방송 점유율 따져보면 약 85%가 됩니다. 유료방송 시장은 3개 통신사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시장입니다. 법적으로는 엄격하게 제한받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통신 3사의 힘이 남용될 수 있는 환경인거죠. 정부 당국에서 각종 제도적 개선 방안을 준비해야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Q. 현재 유료방송사업은 홈쇼핑 송출수수료로 운영되는 모양새다

"홈쇼핑이 내는 송출 수수료가 유료방송사업자(IPTV+MSO)의 주된 수익원입니다. MSO는 전체 매출액의 40% 정도가 홈쇼핑 수수료에서 나왔고요, IPTV는 5년 전 10%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28%까지 올랐습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수신료나 VOD 매출이 떨어지는 부분을 홈쇼핑의 송출 수수료를 더 받아서 메우는 구조가 된 거죠. TV를 기반으로 하는 홈쇼핑은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하지만 송출 수수료가 오르면서 TV의 비중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12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홈쇼핑의 판매 수수료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홈쇼핑이 거두는 판매 수수료는 크게 차이가 안 납니다. 하지만 10년 전보다 송출 수수료는 엄청 늘었거든요. 홈쇼핑사가 거두는 판매 수수료는 줄었는데 송출 수수료 비용이 늘었다는 건, 결국 고객에게 돌아갈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겁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로 구입하면 `10% 할인+10% 적립` 이런 혜택이 되게 많았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송출 수수료가 늘다보니 소비자한테 돌아가야 될 포인트나 적립 혜택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상품가격을 올리거나 제품 원가를 더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Q. 송출 수수료 협상이 왜 홈쇼핑 업체에 불리하게 이뤄지는건가

"통신 3사가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IPTV 업체 3위인 LGU+ tv가 전체 가입자의 한 13% 정도입니다. 500만명 정도거든요. 지상파 채널 사이의 번호인 8번, 10번, 이런 A급 번호는 채널 이용료가 비싸서 후발 홈쇼핑사들이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갑니다. 오래된 홈쇼핑사들이 거기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오래된 홈쇼핑사들도 채널 사용료가 너무 비싸니까 살짝 빠지고 싶어하는 분위기입니다. IPTV는 좋은 번호에 들어올 대체 홈쇼핑사가 없으니까 채널 이동을 못하게 하고 눌러 앉히는 상황인거죠.

예를 들어, A급 번호에 있다가 덜 좋은 번호로 옮기려고 하면 `30번대로 가라` 이렇게 나오거든요. 어느 정도 괜찮은 번호인 14번으로 가지는 못하는 거죠. 이미 그 채널을 다른 홈쇼핑이 쓰고 있기도 하고요. 몇년 전에 이제 T커머스 업체가 지상파 채널 사이, 지상파 번호 인근에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롯데홈쇼핑이 30번대로 밀렸고요. 롯데홈쇼핑이 30번대로 밀렸다가 다시 앞 번호로 돌아오기까지 치른 비용이 상당했거든요. 이런 과정이 홈쇼핑사들의 학습 효과를 일으킨 거죠. 돈을 더 주고서라도 자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T커머스는 데이터 커머스로 불린다. TV로 상품을 판매하지만 녹화방송으로 송출된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TV홈쇼핑과는 차이점이 있는 부분이다. 통신사인 KT는 KT알파, SK브로드밴드는 SK스토아라는 T커머스 채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
Q. 현재 홈쇼핑 업체들은 `탈TV`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방송 매출액의 60%를 채널 사용료로 준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구조죠. 강남역에 매장을 열었는데 마진의 60%를 월세로 줄 수밖에 없다고 하면, 그 돈을 내고 매장을 유지하기가 어렵죠. 장기적으로 송출 수수료가 더 급증해서 방송 매출액의 70~80%에 달하게 된다면 결국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밖에 없겠죠.

유료방송사업자는 송출 수수료에 대해 `사적 자치의 원리에 따른 자유로운 계약이 이뤄지는 시장`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계약 자유가 이뤄지려면 홈쇼핑 입장에서는 대체할 상대방을 정할 수 있어야 되는데 대안이 없습니다. 방송은 공공성이 있습니다.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업체는 7년마다 재허가와 재승인을 받아야 됩니다. 정부가 허가·승인을 만들어둔 이유는 TV매체가 공익적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기업 간의 거래라고만 볼 수 없다는 거죠.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송출 수수료 문제가 나왔고, 과기정통부 장관도 `홈쇼핑 매출액의 60%가 송출 수수료 나가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거든요. 여태까지 주무부처의 수장이 공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문제점이 드러만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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