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등이 `릴레이 대책`을 발표한 지난주 기관투자자들이 1조원 이상 회사채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시장의 핵심 거래 주체인 기관들이 유통시장에서 유의미한 매매 동향을 보이면서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으로 급랭했던 회사채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10월 24∼28일) 기관들이 장외시장에서 순매수한 회사채 규모는 총 1조1천17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관은 기금·보험·자산운용사·은행·종합금융사·각종 공사 등을 포함한다.
이 같은 규모는 직전 주(10월 17∼21일)의 1천450억원과 비교하면 7.7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금이 2천160억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직전 주에는 1천600억원대 순매도했던 종합금융사가 지난주에는 약 1천100억원 순매수 전환했고, 역시 직전 주에 1천억원대 순매도했던 보험도 지난주에는 1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초(10월 4∼7일) 이들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5억원에 그쳤고 자금시장 경색 불안감이 본격화된 그 다음 주(10월 11~14일)에는 아예 1천250억원 순매도였다.
증권가는 순매수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기관들이 지갑을 열어 매수 규모를 확대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화에서 "규모 자체는 큰 금액이라고 볼 수 없지만 마이너스(순매도)로까지 급감했던 매수 규모가 다시 늘어난 것은 정책 효과로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풀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지난주는 정부 등이 회사채 시장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일제히 쏟아낸 기간이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20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및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가동 등을 골자로 하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한국은행의 증권사·증권금융 대상 6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안이 나왔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은 기관들의 펀드 편입 CP 매도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추종 매매 및 환매 자제를 요청하고, 정부는 신용도 높은 공공기관의 회사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는 등 유동성 위기 `진화`에 총력을 다했다.
또한 한 자산운용사 채권 관련 담당자는 "정부 정책 효과와 함께 지난주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기조 전환 기대감까지 짙어지면서 기관들도 조심스럽게 회사채를 사들일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사의 채권 기업금융(IB) 담당자는 "유통시장에서 순매수가 늘어난 것은 최근 회사채 금리가 워낙 높아진 만큼 고금리 회사채 위주로 사들인 현상일 수도 있다"며 "아직 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모든 정책을 실제로 시행할 것이라고 완전하게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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