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과 녹사평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는 1일에도 이른 시간부터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출근길 직장인은 물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과 외국인까지 각계각층의 많은 추모객이 분향소에 들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출근 전 잠시 들렀다는 정보혜(29) 씨는 "처음에 뉴스를 보고 믿기지 않았고 통제가 좀 더 잘됐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씨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지하철을 타는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갔을 때 이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며 "나 역시도 일상 속에서 걱정이 그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에바(39) 씨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 있었으나 인파를 피하려고 길 건너 있었던 덕에 화를 면했다. 그는 사고 목격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어 애도를 표하러 왔다고 했다.
에바 씨는 "한국의 이태원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젊고 어린 친구들이 그런 일을 겪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20대 조문객들은 이번 사고로 같은 또래의 친구나 형제·자매 같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데 대해 황망해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사고 희생자가 자신이 됐을 수도 있었다며 희생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르신들은 자식이나 손주뻘 되는 아이를 한꺼번에 잃었다며 가슴아파했다.
박상우(21) 씨는 "나 역시 그곳에 갈만한 친구들이 많다"며 "고인들이 하늘에서라도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부상자들도 하루빨리 트라우마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손모방(74) 씨는 "잠도 안 오고 너무 슬퍼서 일찌감치 찾아왔다"며 "우리 손주들이 딱 그 나이라서 더 안타깝다. 세월호 참사 때도 여기서 조문했었다"고 말했다.
녹사평역 앞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손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던 조찬호(64) 씨 역시 "너무 화가 나고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자식 같은 애들이 그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지윤(30) 씨는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에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약혼자와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 이태원동 일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고 한다.
유 씨는 "너무 슬퍼서 한 번은 꼭 와야겠다고 생각해 들렀다"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고, 서로 좀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우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날 오전 9시께 일찌감치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원장은 "지금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냐"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도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가 수북이 쌓였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와 초콜릿, 바나나우유 등의 간식도 한 쪽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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