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에 '우왕좌왕'…당국간 공조 안 됐다

입력 2022-11-02 16:43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경북 울릉도 지역 공습경보와 관련해 잇단 혼선이 빚어졌다.
2일 울릉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5분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릉 전역에 경보 사이렌이 2분여간 울렸다.
사이렌은 마을마다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송출됐다.
이 경보는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주민은 공습경보가 왜 발령됐는지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울릉주민 황모씨는 "출근길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는데 민방위 훈련 같기도 해서 아무것도 몰라 놀랐다"고 전했다.
행정당국이나 경찰 등도 초기엔 정확한 내용을 몰라 상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이러는 사이 행정당국 등에 상황을 물어보려는 전화가 몰려 혼잡 상황이 빚어졌다.
경보는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오전 8시 54분께 항공우주작전본부의 요청을 받아 8시 55분께 발령했다.
이후 상황을 파악한 울릉군은 이날 오전 9시 5분쯤 전 직원에게 지하로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이보다 한참 뒤인 오전 9시 19분에 `울릉 알리미 앱`을 통해 주민에게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하란 안내 메시지를 발송했다.
하지만 앱을 사용하지 않는 주민은 메시지를 받을 수 없어 마을 방송 등을 통해서도 주민에게 안내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이런 방송이나 경보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경북도도 통신국 기지국을 통해 동일지역에 있는 모든 휴대전화에 재난문자를 긴급히 송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도는 울릉군 요청이 있으면 긴급재난문자(CBS)를 보낼 수 있고, 울릉군이 요청하지 않더라도 도 재난부서 자체 판단으로 문자를 발송할 수 있으나 공습경보 상황을 울릉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중앙에서 공습경보를 발령해 사이렌을 울린 만큼 중앙에서 긴급재난문자를 함께 송출할 것으로 판단했고 울릉군에서도 요청이 없었다"며 "현재 사이렌만 울리는 시스템인데 사이렌과 함께 안내문이 동시에 발송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울릉군이 보낸 대피 문자메시지마저 늦게 발송되자 많은 주민은 행정당국의 늑장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내막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주변에서 전화가 와서 확인해 보니 미사일이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민 대피령과 관련해서도 혼동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오전 8시 55분에 공습경보를 발령한 뒤 오후 2시에 공습경보를 해제하고 경계경보로 대체했다.
그러나 오후 2시 현재 주민대피령이 해제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각급 학교나 유치원 등은 일시 대피하거나 귀가했고 많은 주민은 생업에 복귀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대피령이 해제됐는지 현재 애매하다"고 말했다.
울릉에 공습경보나 경계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주민은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울릉에는 KT울릉지점, 농업기술센터, 도동공영주차장 등 8곳의 민방위 대피소가 있다.
한 70대 주민은 "울릉도에 평생 살았지만 지하 대피소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규울 울릉부군수는 "울릉도에 터널이 많은데 앞으로 추가 도발에 대비해 주민들이 근처 터널로 대피하도록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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