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당장 차량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에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나오는 만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직접 서울 시내 자동차 대리점을 돌아봤다면서요.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서울 시내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 대리점 20곳을 방문해 영업사원들의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이 중 15개 대리점에서 차량 계약을 해약하는 건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특히 한 대리점은 계약자의 30%가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다수 구매자들이 차를 구매할 때 할부를 이용하는데요.
최근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할부 금리도 덩달아 뛰면서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좋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고가 수입차는 아직까지 계약 취소가 덜한 상황이지만, 카드·캐피탈사의 자금 사정 악화로 할부 대출이 거부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도대체 할부 금리가 얼마나 올랐길래 계약 취소까지 발생하고 있는 겁니까? 앞으로 미국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거라고 한 만큼 할부 금리는 더 오를 텐데요.
<기자> 그래프를 하나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공식 할부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의 할부 금리인데요. 올초 연 2.7%였던 할부 금리가 이달 초 연 6.1%까지 올랐습니다.(60개월 할부 기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에 더해 최근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할부 금리가 크게 올랐습니다.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이달 차량 금액 대비 선수금의 비율을 뜻하는 선수율을 30%로 올렸습니다. 예전엔 전액 할부도 가능했지만 이젠 선수금으로 30%를 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도 자동차 판매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아직까지 차 판매에 큰 영향은 없는 것 같은데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기자> 일선 판매 현장에서 계약 취소가 발생하고 있지만, 차량 판매는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됐음에도 지난달 현대차의 전 세계 차량 판매대수는 34만7천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 증가했고, 기아(23만9천대)는 9% 상승했습니다.
차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풍부한 가운데 최근 들어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대차(100만 대)와 기아(120만 대)는 3분기 말 기준 구매 대기 물량이 100만 대를 훌쩍 넘는데요. 보통 현대차가 일년에 400만 대 정도 판매하는 걸 감안하면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런 인기 덕에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재고는 적정 재고의 절반 수준인 한 달 남짓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 감소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잖아요. 게다가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닙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증권가나 자동차 업계 모두 당장 차량 판매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앞으로 차량 생산이 늘어나고, 출고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차를 구매하면 출고까지 최소 6개월에서 많게는 2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만큼 막상 구매자들이 쉽게 계약을 포기하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경기침체 우려로 자동차 수요 감소가 감지되는 건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매달 120만 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고요.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과 유럽 시장 수요가 3%가량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할부 금리뿐만 아니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함께 예의주시해야 하는 거잖아요. 현재 한창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데요. 만약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IRA를 유예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는 야당인 공화당이 미국 상·하원 다수당이 되면 IRA를 개정할 거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IRA 3년 유예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미국 정부가 실제 유예를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괜히 법안을 손댔다가 정치적 후폭풍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이미 제정된 법안을 개정하거나 폐기하기 위해서는 양원의 동의와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입니다.
때문에 현재로선 중간선거 이후 IRA를 두고 미국에서 전개될 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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