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파산을 선언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에서 최소 10억 달러(약 1조3천200억원)의 고객 펀드가 증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에 따르면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는 고객 펀드 100억 달러(약 13조2천억원) 어치를 투자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로 비밀리에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FTX가 알라메다 리서치에 자금을 지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FTX 중역 대부분이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들은 뱅크먼-프리드 창업자가 지난 6일 회의에서 법무팀에 FTX가 알라메다에 얼마만큼을 대출했고 사용처는 무엇인지 등을 담은 현황 자료를 보여줬는데, 여기서 고객 펀드 100억 달러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들 펀드 중 알라메다의 남은 자산에도 없고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금액이 10억∼2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사라진 돈이 17억 달러(약 2조2천400억원)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뱅크먼-프리드가 FTX 회계 시스템에 이른바 `백도어`를 두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이 `백도어`로 외부 감사 등의 눈을 피해 회사의 재무 기록 변경을 지시할 수 있어 고객 펀드 자금을 알라메다로 옮길 때 내외부 감시망이 발동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먼-프리드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100억 달러의 이동과 관련한 의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비밀리에 옮기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으며, 펀드 증발에 대한 질문에는 "???"라고 물음표 세 개로 답했다.
그는 백도어 실행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FTX는 이날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코인계의 JP모건`으로 불리던 30살 갑부 뱅크먼-프리드 창업자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도 FTX 투자로 1억 달러(약 1천300억원)가량 손실을 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총 1억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을 투자했으며, 다음 분기에 지분 전체를 상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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