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 간질환인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의 유전적 요인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경아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김락균·도소희 연세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신새암 연세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 박상훈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교수팀의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과 ‘카스파제-10(caspase-10)’ 간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다.
자가면역 간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본인의 간세포 또한 병원체로 판단해 스스로 염증을 만드는 병이다. 전체 간질환에서 약 5%를 차지한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은 문맥 내 염증과 간 내 담관 손상이 만성적으로 진행돼,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질환이다.
PBC의 발병 기전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감염 등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PBC 발병과 연관된 유전적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같은 가계(家系) 내 4명의 모든 자매가 PBC로 진단된 경우를 대상으로 유전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자매들의 ‘카스파제-10’ 유전자에 변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별도의 PBC 환자 62명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PBC 환자에서 카스파제-10의 변이가 일반인보다 10배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카스파제는 세포 사멸이나 염증, 자가면역에 관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다. 종양 발생과 자가면역 질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카스파제-10의 경우 인체 내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카스파제-10이 PBC 발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카스파제-10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기능이 잘 알려진 카스파제-8을 제거한 세포주, 카스파제-10 유전자를 제거한 세포주를 만들어 비교했다.
그 결과, 카스파제-8과 달리 카스파제-10은 대식세포로 분화하는 과정 중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지만, 분화 후에는 염증성 세포사멸 과정을 강하게 조절한다고 나타났다.
또한 카스파제-10 유전자가 제거된 대식세포에서는 간 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으며, 현재 PBC 치료 약제로 승인된 우르소데옥시콜산과 오베티콜릭산을 투약하면 진행을 억제할 수 있었다.
김락균 교수는 “본 연구는 대식세포에서 카스파제-10 기능의 결함이 PBC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약제에 치료 반응이 없는 PBC 환자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자가면역질환저널(Journal of Autoimmuni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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