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 이성민이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입증했다.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은 은퇴를 앞둔 형사 김택록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협박범 친구의 전화를 받고 그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쫓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1회부터 시청자들은 친구의 정체를 알 수 있을만한 단서를 찾고 친구를 추측해가며 이 드라마를 즐겼다. 거의 모든 캐릭터들-심지어 택록까지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결국 친구의 정체가 밝혀졌고 마지막회 그의 과거까지 드러나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성민이 맡은 김택록은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타고난 형사지만 반골 기질 탓에 승진은 커녕 금오경찰서의 문제적 인물로 찍힌 캐릭터다. 공황장애를 앓고 은퇴를 앞둔 나이로 범인을 잡기 위해 뛰는 것조차 버겁지만 그는 끝까지 쫓는다. 한 마디로 만만치 않은 인물. `친구`의 전화를 받은 후 자신이 아끼던 후배 우현석(김태훈)이 싸늘한 시체로 변하고 자신이 그 범인으로 지목되자 그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능력을 다 해 친구를 쫓는다.
택록은 외로운 형사다. 그는 타협 없는 성격으로 진급에서도 낙오됐고,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가족들과도 떨어져서 혼자 고시원에서 지낸다. 사랑하는 딸도 결혼식에서야 겨우 얼굴을 보고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외 사람들에게도 곁을 쉽게 내어주지도, 믿지도 않는다. 고집스럽게 혼자를 고집하던 그가 친구를 찾기 위해 진한(진구), 성아(경수진), 경찬(이학주)와 함께 공조하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사록’에서 이성민은 다시 한 번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택록은 짧고 빳빳한 머리카락, 거친 피부에 낡고 후줄근한 옷을 입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롭고 형형하다. 관록 있는 늙은 형사의 카리스마, 무게감, 그리고 깊이를 그대로 재현, 거칠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택록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이성민이 아닌 택록은 떠오르지 않을 정도. 특히 믿고 의지하던 동료의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이나 딸의 납치범과 대치하는 장면, 그리고 ‘친구’의 정체를 알게 되는 장면까지 극한의 상황에 몰린 택록을 미세한 표정 변화, 호흡으로 뻔하지 않게 만들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도 매회 등장하는 친구와의 통화장면들에서 그는 노련한 형사답게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면서도 어떻게든 힌트를 찾기 위해 두뇌싸움을 펼치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친구는 목소리로만 등장하기 때문에 사실 상 혼자였지만 화면을 가득 메우는 에너지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양기태(김재범), 공총무(고규필)와의 장면에서도 이성민은 30여 년간의 내공으로 여유롭게, 그렇지만 치열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그냥 택록 그 자체였다.
거칠지만 인감미 넘치는 관록의 형사 김택록으로 또 다른 인생캐를 탄생시킨 이성민. 영화 ‘리멤버’에 이어 ‘형사록’까지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곧 공개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또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지 대중들의 기대가 모아진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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