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가상화폐 업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가상화폐거래소 FTX 사태를 언급하면서 현재 가상화폐 업계의 태생적인 모순을 지적했다.
일단 크루그먼 교수는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가 지난 2008년 내놓은 백서 내용을 소개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당시 나카모토가 제시한 가상화폐의 특징이자 장점은 암호화 기술을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금융자산을 보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 간 금융거래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코인베이스나 FTX 같은 거래소에 예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 열쇠만 가지고 있다면 개인이 가상화폐를 보관할 수 있고 개인 간 송금도 가능하지만, 암호 열쇠의 분실 가능성이나 편의성 등의 이유로 거래소에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 생태계가 기존 금융 시스템과 기본적으로 같은 기능을 하게 됐다면서 "가상화폐 업계는 아무리 후한 평가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은행을 단순히 재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최근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감독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가 투자자들의 자산 보호를 위해 금융업계를 감독하는 것처럼 가상화폐 업계에 대해서도 규제에 나선다면 탈중앙화라는 가상화폐의 차별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향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빠른 성장을 거듭했던 가상화폐 업계는 대중의 관심권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를 `다단계 사기`로 규정하면서 꾸준히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던 지난해에도 "투기의 수단 외에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곳은 돈세탁이나 해커의 금품 요구와 같은 불법적인 분야 뿐"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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