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과에 필요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해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시 적용될 현실화율은 기존 71.5%에서 평균 69%로 낮아진다.
금액대별로는 9억원 미만은 올해 69.4%에서 68.1%로, 9억∼15억원 미만은 75.1%에서 69.2%로, 15억원 이상은 81.2%에서 75.3%로 떨어진다.
단독주택과 토지는 올해 평균 58.1%와 71.6%에서 53.6%와 65.5%로 각각 내려간다.
9억원 미만 중저가 주택보다는 현실화율이 높고 상승폭이 가팔랐던 고가주택 위주로 공시가 인하폭이 커지는 것이다.
이번 현실화율 인하 결정은 지난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시행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시가격이 덩달아 상승했지만, 곧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돌아서며 국민 보유 부담만 과도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실화 계획 시행 이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 이상 뛰었다. 이는 현실화 계획 시행 전인 지난 2011년~2020년 평균 상승률인 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은 단지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84㎡가 공시가(18억2,600만원)보다 낮은 17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주택은 올해 기준 176만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한다. 같은 면적의 주택이 1년 전 20억원 이상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집값은 2억 이상 떨어졌는데 종부세는 20만원 남짓 깎일 뿐이다. 심지어 떨어진 실거래가를 반영하면 종부세 부담이 100만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공시가와 실거래가 역전 문제가 확대될 것이라 보고 내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현실화율이 내리면서 보유세 부담도 낮아질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인하된 현실화율을 적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소유한 1주택자는 보유세로 447만8,724원만 내면 된다. 기존 현실화율을 적용했다면 499만6,681원을 낼 뻔 했다.
다만 공시가 현실화율 회귀에도 불구하고 공시가 자체는 2020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의 조치가 추가로 시행된다. 종부세는 이미 올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100%에서 60%로 낮아졌다. 하지만 재산세에 반영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주택자에 한해 올해만 한시적으로 60%에서 45%로 낮아지기 때문에 이를 내년에도 계속 깎아준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인하율은 내년 3월 공개 예정이지만 45%보다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된다. 다주택자 중과 세율(1.2~6.0%)을 폐지하고 일반 세율(0.6~3.0%)도 0.5~2.7%로 낮춘다. 정부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내년 종부세액과 납부 인원도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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