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들썩이고 있습니다.
7월 초(7월 13일)만 해도 44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11월말 현재는 60만원을 넘어 70만원을 넘보고 있습니다.
때아닌 경영권 분쟁 때문인데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고려아연은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은 아닙니다.
<기자>
고려아연은 시장에서 `은둔의 기업`으로 불렸습니다.
아연이나 구리 같은 비철금속 제련 부문에서 세계 1위로 매년 부침 없는 실적을 내고 있죠.
하지만 대중과의 접점은 크게 없었던 곳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들썩였는데요.
당사자끼리 지분 확보 경쟁이 붙자 주가는 수직 상승했습니다.
<앵커>
갑자기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한마디로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에서 떨어져 나오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 고 최기호 창업주가 동업해 설립한 영풍그룹의 계열사입니다.
1974년 고려아연 출범 이후 고려아연 계열사는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코리아써키트 등 전자 계열은 장씨 일가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3세 경영이 본격화됐습니다.
최윤범 부회장이 고려아연 경영의 키를 쥐기 시작하면서 신사업을 추진했고 계열 분리에 대한 의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사업은 2차전지 소재, 배터리 산업인데요.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고려아연과 사업 모델이 겹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앵커>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인가요?
<기자>
고려아연을 보면 지분은 장씨 일가가 많지만 경영은 최씨 일가에서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씨 일가가 우호 세력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23일 보유 중이던 자사주 지분 6.02%를 처분했습니다. 전체 처분 금액은 7,823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4,144억원은 LG화학, 한화와 지분 맞교환을 진행했고요.
트라피구라, 모간스탠리, 한국투자증권 등에게 나머지 3,72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넘겼습니다.
지난 8월에는 한화H2에너지USA, 한화임팩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가, 최근에는 한국타이어, 조선내화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했죠.
모두 최 부회장의 우호 주주, 백기사로 거론됩니다.
결국 우세였던 장씨 일가와 열세였던 최씨 일가의 지분율 차이가 현재는 2% 대로 좁혀졌습니다.
<앵커>
장형진 회장 측은 움직임이 없나요?
<기자>
장 회장측은 자회사를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장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씨와 코리아써키트가 지난 8월 고려아연 지분 0.03%를 확보했죠.
현재 장씨 일가 지분이 최씨 측 지분에 비해 많지만 근소한 차이입니다.
이사회 일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을 대비해 양측은 올해 말까지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한 영풍정밀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주가가 뛰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분 경쟁만 부각되고 있는데 고려아연이라는 회사도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성장성이 있습니까?
<기자>
고려아연은 원래도 안정적 수익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통했지만 최근 성장세도 무섭습니다.
2017년 6조 5,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1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947억원에서 1조 1,096억원으로 증가했고요.
고려아연의 주력인 제련업의 경우 성숙 산업, 공해 배출 사업이라는 측면 때문에 저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기회가 됐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제련 기술을 중국에 의존하던 2차전지 소재를 추출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켐코를 만들어 황산니켈을 생산하고 있고, 전지용 동박을 생산하는 케이잼, 한국전구체까지 설립했습니다.
유심히 봐야할 것은 켐코, 한국전구체 등은 LG화학과 합작 설립한 회사들이라는 겁니다.
모두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데요. 핵심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죠.
지분 경쟁을 넘어서 고려아연은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고 있고,
관련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원하는 기업 간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신 배터리 동맹`을 구축한 겁니다.
이런 이유로 고려아연에 대한 목표 주가를 높여 잡는 증권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요.
보통 75만원에서 77만원 정도이고, 키움증권의 경우 최고 81만원까지 제시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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