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찰이 위급한 상황에 살상용 로봇을 투입할 수 있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긴급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무장한 로봇을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범죄 용의자에 대한 미국 경찰의 과잉대응을 경계하고 있는 반대론자들은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0일 미 ABC뉴스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행정감독위원회(슈퍼바이저보드)는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제출한 살상용 원격조종 로봇 사용 계획을 8대 3의 표결로 승인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현재 현장용 로봇을 총 17대 확보하고 이중 12대를 실제로 가동 중인데, 모두 폭발물을 검색하거나 사각지대의 시야를 확보하는 등 비살상 용도에만 쓰고 있다.
그런데 앞으론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큰 범죄현장에선 살상용 로봇을 투입해 범죄 용의자를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인권단체 등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조지 플로이드 사건 등을 통해 흑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미국 경찰의 과잉대응이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경찰을 더욱 군사화시키게 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로봇에 총기를 장착해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장한 용의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폭발물은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대변인은 "로봇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명피해를 방지하거나 추가 희생자를 막기 위한 용도로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도 논란을 의식한 듯 경찰의 신청 내용을 수정해 무장 로봇 사용 요건을 한층 강화했다.
범죄 용의자에게 다른 제압수단이나 긴장완화 전술 등을 써봤지만 통하지 않았거나, 검토 결과 이같은 대안이 상황 악화를 막지 못할 것으로 판단될 때 로봇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경찰 고위층 소수만 현장의 살상용 로봇 사용을 인가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경찰의 무장 로봇 가동에 찬성하는 이들은 반대파들이 경찰에 대해 지나친 불신으로 막연한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여긴다.
경찰의 신청안에 찬성한 라파엘 만델만 위원은 "경찰을 믿을 수 없고 위험한 존재로 색칠하고 보는 일부 인사들의 언행에 지쳤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표를 던진 새먼 월튼 위원장은 "경찰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유색인종을 위해 반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국선 변호인 단체는 28일 경찰이 원격조종 로봇으로 살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시의 진보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위원회에 보내기도 했다.
미국에선 이미 경찰 로봇이 범죄현장에서 용의자를 사살한 바 있다.
2016년 댈러스에서 경찰의 흑인 총격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주차장에 매복해 경찰관 12명을 쏴 5명을 살해한 저격범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폭탄을 장착한 로봇이 사용됐다.
이때도 미국 사회에선 경찰의 살상용 로봇 사용의 적정성과 군대화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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