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큰 틀에서는 예상에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발언을 했습니다. 시장의 안도를 자아낼 수 있는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부분, 그리고 반대로 시장의 공포감을 키울 수 있는 최종 금리 인상 가능성 모두 언급했습니다. 그러면 시장이 왜 오늘 발언을 `비둘기`적이라고 본 걸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긴축 속도 조절과 관련한 부분이었고, 여기에 더해 연설 후반부에 나온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힘을 싣는 발언을 한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우선 오늘 시장이 확인한 것 가운데 하나는 12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0.75%p가 아닌 0.5%p 인상이라는 길을 택할 것이란 점이 거의 확실해졌다는 점입니다. 파월 의장이 다음 달부터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말을 꺼냈고요. 12월 기준금리 50bp 인상 가능성, 시장이 아예 모르지는 않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선 12월 기준금리가 75bp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확률이 그래도 33% 넘게 남아있었음을 감안하셔야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하면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에 던졌다는 점입니다. 브루킹스 연구소 내 허친스 센터 설립자이자 오늘 연설에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소개하기도 했던 글렌 허친스 실버레이크 파트너스 공동설립자는 오늘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긍정론을 시장에 전달한 점이 또다른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설 후 대담에서 내년 경제 침체 확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섣불리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연착륙이 아직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고용 부분에서 실업률이 조금 높아지겠지만 경제가 침체로 향하지 않는 지점이 있다는 게 제롬 파월 의장의 오늘 발언이었습니다. 연착륙, 혹은 연착륙적인(soft, sottish landing)지점으로 미국 경제가 나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연착륙으로 향하는 길이 좁아지고 있다고는 했지만, 9월 잭슨홀 미팅 때와는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죠.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우선이며, 70년대 섣불리 금리를 낮췄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노라며 미국 경제와 가계에 `고통`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로 시장에 공포감을 키웠었습니다.
사실 당초 월가에선 오늘 제롬 파월이 매파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높았는데요, 예상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소비자물가지수 데이터가 나온 이후 금융 여건이 더 완화되는 상황을 연준이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종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중론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은 파월의 오늘 연설이 시장에 안도 랠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죠. 파월 의장은 오늘 최종 금리 수준과 관련한 힌트를 크게 내놓지 않았습니다. 9월에 내놓았던 전망치보다는 높을 수 있다는 발언을 확인할 수는 있었는데요, 당시 연준은 내년말 기준금리 중위값을 연 4.6% 정도로 내다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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