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분양 '큰 장'…2년 뒤 폭탄되나

방서후 기자

입력 2022-12-02 19:11   수정 2022-12-02 19:11

    <앵커>
    모처럼 분양시장에 `큰 장`이 섰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주택시장에 단비가 됐겠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돌아서며 미분양 우려도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이번주에만 두 군데, 그것도 서울에서만 대규모 분양 단지가 나왔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바로 어제(1일)였죠.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장위4구역을 재개발한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동시에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돌입했습니다.

    둔촌주공만 해도 1만2천가구 중 약 5천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고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이면서 강남권 최대 사업장이라는 점, 그리고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강남에 둔촌주공이 있다면 강북엔 장위4구역이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 뉴타운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2,800가구 중 1,300가구 정도가 일반에 돌아가고요. 역시 도급 순위가 높은 GS건설이 시공을 맡은데다 전주택형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예비 청약자들의 발길을 끌었습니다.

    두 곳 모두 정부가 중도금 대출 한도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려주면서 혜택을 받는 마수걸이 단지라는 점도 한몫 했는데요.

    실제로 두 곳 모두 견본주택 개관 첫날부터 방문객들이 소위 `오픈런`을 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두 곳 다 1일부터 4일까지만 견본주택을 여는 만큼 미리 사전예약을 받았는데요. 도합 2만6천명의 인원이 방문을 신청했고, 그 결과 견본주택 오픈 이틀째인 오늘(2일) 전부 마감됐다고 합니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으로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분양 관계자: 계약금 10%, 중도금 50% 전액 이자 후불제로 계약 후 입주시까지 추가 자금 부담이 없는 파격적인 조건에 대해 수요자들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견본주택이 붐빈다고 해서 실제 청약 결과까지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

    <기자>
    단순히 내부 유닛을 둘러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분양 상담까지 받는 방문객들도 많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청약 결과에 얼마나 반영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까지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꺾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견본주택 방문객: (분양가가) 인근 시세 대비 높게 나온 것 같긴 한데, 새 아파트니까… (감안해도) 좀 높게 나온 것 같긴 합니다.]

    <앵커>
    수요자들의 관심이 실제 청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는 거 아닙니까?

    <기자>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돌아서며 미분양 주택은 벌써부터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7천가구로 지난 달보다는 14%, 지난해 10월보다는 115%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규모가 5만가구를 넘어서면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아직 5만가구를 넘기진 않았지만 거래절벽이다시피 한 주택시장 분위기상 위기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원래 신규 분양 수요라는 게, 기존 주택가격보다 많이 저렴해야 이어지거든요.

    하지만 주택거래가 줄고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신규 분양가격의 경쟁력을 훼손하면 당연히 분양시장도 얼어붙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달 분양 물량이 많다면서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분양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아이러니 하게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분양이 늘어난 겁니다.

    일단 이번 달에만 둔촌주공과 장위4구역을 포함한 총 5만8천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건데요. 통상 겨울이 분양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런 현상을 소위 `밀어내기`라고 합니다.

    건설사들이 올 한 해 분양가 상한제가 개편되기를, 또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되기를 기다리며 착공을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뤘더니, 이번엔 금리가 너무 올라버린 겁니다.

    금리가 오르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늘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내년 부동산 경기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나빠지기 전에 털어내자는 건설사들의 몸부림인 셈입니다.

    <앵커>
    지금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요?

    <기자>
    아까 미분양 이야기 잠깐 해드렸는데요.

    최근 미분양 물량이 5만가구에 육박했지만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7천가구 정도로 아직은 비중이 적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바꿔 말하면 2~3년전에 분양했던 물건들이란 소린데, 그 당시 아파트 분양가가 전국 기준으로 3.3㎡ 당 1,200만원 수준입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3.3㎡ 당 2,100만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가격이 훨씬 저렴합니다.

    청약 불패지역으로 꼽혔던 서울로 좁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5천만원이 넘지만 2~3년 전 분양가는 3.3㎡ 당 2,700만원 남짓입니다.

    아직까지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가격이 기존 주택가격 시세보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하진 않았던 것이고요.

    하지만 올해 아파트 분양가는 그때보다 30% 가까이 상승했고, 원자재 가격이 오른 이상 분양가가 대폭 하락하기는 힘듭니다.

    반대로 기존 주택가격은 거래가 줄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오른 가격에 분양한 것들이 2~3년 뒤 기존 주택가격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분양가와 매매가의 괴리가 좁혀진다면 전문가들은 오는 2024년, 즉 내후년부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지 못했단 뜻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이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요.

    이는 곧 건설사들의 손실을 확대시키는 요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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