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인플레이션 급등 및 정책 대응으로 내년 세계 경제의 성장 흐름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4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분절화 등 구조적 리스크(위험) 요인들은 향후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세계 경제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증대된 가운데, 이에 대응한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강화와 유럽 에너지 위기 심화, 중국 경제 부진 등으로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 3대 경제권(미국·유럽·중국)에서 발생한 충격이 지속되면서 주요국 경기가 동반 위축되고 회복 흐름도 둔화할 전망이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강화 및 경기 위축은 주변국의 금리 인상 압력과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며 경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신흥국의 경기 하강 우려가 높다. 신흥국 성장세가 차별화되는 가운데 최근 신흥국 경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기간 중 투자 위축, 원자재 가격 조정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신흥국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세계 교역도 둔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 차질, 주요국 성장 둔화로 세계 교역이 낮은 증가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주요국을 중심으로 크게 둔화되고, 여행서비스를 중심으로 상품교역에서 서비스교역으로의 리밸런싱(재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강세 및 투자 증가세 둔화는 세계 교역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
한은은 내년 세계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분절화(Fragmentation) 대두 ▷중국 경제 성장 모멘텀 회복 지연 가능성 ▷경상수지 적자 신흥국 취약성을 꼽았다.
미·중 무역갈등에서 촉발된 분절화 조짐이 최근 본격화되면서 성장과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분절화 위험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대러 경제 제재로 고조됐으며 최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되며 확대될 소지가 있다.
봉쇄 정책 및 부동산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중국 경제 부진 장기화도 세계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제로코비드 기조 지속, 부동산시장 부진 장기화 등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및 달러화 강세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신흥국 경기 위험이 증가했다.
현재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동시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상수지 적자국 등 일부 취약국은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요국의 긴축 속도 조절 움직임과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 조짐 등은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의 상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와 달리 각국의 적극적인 공조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하방리스크 요인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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