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요청하면서 정부와 화물연대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선 통상적인 `의견 조회 절차`라면서 선을 긋고 있지만, 노동계 등에서는 현 정부의 강경 대응을 우려한 ILO의 `직접 개입`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5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는 최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에게 "귀하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즉시 개입하고, ILO 입장을 전달했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귀하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국제운수노련이 지난달 28일 화물연대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앞두고 이번 사태에 긴급히 개입해줄 것을 ILO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ILO 회신이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강제 운송개시명령을 내린 정부의 국제법 위반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노·사의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ILO가 이러한 사실관계를 해당 정부에 전달하고 의견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고용부는 자료를 통해 "사무국의 개입 절차는 ILO 헌장·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정 등 규정상 근거가 있는 공식 감독기구에 의한 절차가 아니다"라며 "통상 감독절차에서는 특정 사건에 대한 판단(judge)을 하게 되나, 개입 절차는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거나 ILO 사무국의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또 "ILO는 그동안 노동계 등의 개입 요청을 처리함에 있어 해당국 정부에 관련 협약이나 유사한 사례에서의 ILO 감독기구의 공식적인 해석례를 함께 설명해왔다"면서 "따라서 해석례를 언급하는 것은 그간의 관행에 따른 것일 뿐 해당 정부가 협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책회의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ILO로부터 사무총장 명의로 서한이 온 것은 맞다"면서 "다만 이는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한 것으로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국가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이라는 점을 ILO 사무국에 적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지난달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9일 화물연대 시멘트 운수 종사자 2,500여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제도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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