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도 안 먹혔다…서울 불패 '옛말'

방서후 기자

입력 2022-12-08 19:11   수정 2022-12-08 19:11

    연말 분양 찬바람…백약이 무효
    <앵커>
    둔촌주공 재건축을 비롯해 연말 분양시장에 모처럼 큰 장이 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앞으로 주택시장 전망이 더욱 암울해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둔촌주공이 드디어 일반분양을 했는데 결과가 어땠습니까?

    <기자>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지난 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6일 1순위 당해지역, 어제(7일) 1순위 기타지역 청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특별공급분을 제외한 일반공급분 3,695가구 모집에 1만7,378명이 신청하면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4.7대1에 그쳤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미달이 아니죠. 하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청약경쟁률이 6대1, 즉 모집 가구수의 5배수가 넘는 인원이 몰리지 않으면 후순위 청약을 받습니다.

    현행 규정상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당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예비 당첨자를 뽑는 것이고, 둔촌주공의 경우 못해도 2만5천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참 못 미치는 인원만이 청약을 신청한 셈이고요. 17개 주택형 중 절반이 넘는 9개 주택형이 오늘(8일) 2순위 청약 신청을 받게 되면서 1순위 마감에 실패했습니다.

    어제 1순위 당해지역 청약을 진행한 장위4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장위자이 레디언트`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특공 물량을 제외한 956가구 모집에 2,990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3.1대1에 그쳤고, 16개 주택형 중 12개나 1순위 기타지역으로 넘어갔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순위 당해 마감이 당연했던 서울 주요 입지 분양마저 찬바람이 불면서 `서울 불패`라는 말도 옛말이 된 셈입니다.

    <앵커>
    둔촌주공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장위4구역은 서울 최대 뉴타운으로 각각 강남권과 강북을 대표하는 단지이기도 했잖아요?

    견본주택을 열기 무섭게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고요. 이런 관심이 실제 청약 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고 해석합니다.

    특히 둔촌주공과 장위4구역 모두 정부가 중도금 대출 한도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려준 이후 처음으로 나온 단지라는 점이 이같은 해석에 힘을 보탭니다.

    중도금 대출 혜택도 마다할 만큼 대출 이자 부담이 높다는 소리가 되거든요.

    그리고 통상 신규 분양은 기존 주택가격 대비 분양가가 최소 10% 넘게 저렴할 때 가수요를 포함한 청약 수요가 몰리고, 5~10% 정도 저렴하다고 생각되면 실수요자 위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단지 모두 인근 시세와 비교했을 때 분양가가 크게 경쟁력 있지 않았고, 따라서 견본주택에 몰렸던 인파가 실제 청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셈입니다.

    실제로 둔촌주공 인근 고덕그라시움만 봐도 전용면적 84㎡ 기준 지난 달 실거래가가 13억9천만원이었습니다.

    같은 면적의 둔촌주공 분양가가 1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크지 않죠. 실거래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선뜻 청약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가격 수준이고요.

    이런 점들 때문에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6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가 161대1을 기록한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한 자릿수 대 경쟁률까지 왔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둔촌주공은 내년 1월, 장위4구역은 이달 말에 각각 정당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청약 경쟁률이 미달은 아니지만 예비 당첨자 인원도 채우지 못할 만큼 인기가 저조한 상황에서 미계약 물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내년 분양시장 향방을 결정할 가늠자 격의 단지에서조차 이런 우려가 짙어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기존 주택 매매시장에 이어 신규 주택 분양시장까지 무너지면서 정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재건축 3대 규제 중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조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은 이지효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제도가 크게 완화됐습니다.

    그간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겨도 건물만 튼튼하면 재건축을 불허했는데, 이 같은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췄습니다.

    반면 주차 대수나 층간 소음 등을 보는 주거 환경 비중을 30%로 높였습니다.

    구조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거주민의 불편이 심각하면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재건축 판정 여부를 결정하는 점수의 기준도 바뀝니다.

    현재는 총 점수가 30점 이하일 때만 재건축이 가능한데, 45점 이하로 대상을 확대합니다.

    조건부 재건축도 공공기관으로부터 적정성 검토를 받는 2차 안전진단 절차를 없앴습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만 4,000가구를 비롯해 노원, 강남, 송파 등 30년 이상된 서울 및 1기 신도시 단지들이 혜택를 볼 전망입니다.

    이렇게 바뀐 제도는 당초 예정보다 빠른 내년 1월 시행됩니다.

    시장은 규제 완화에 안도하면서도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겁니다. 결국은 재건축이라는 것이 분양가가 시장가보다 많이 낮아야 활성화되는데 우하향 기조로 가고있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욕구가 적다는 거죠.]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재건축 3대 대못`이 모두 뽑혔지만,

    공급 위주의 대책들인 만큼 부동산 한파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

    <앵커>
    앞으로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할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큰 규제를 없앤 거나 마찬가진데.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공급 관련 규제를 풀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거잖아요?

    주택 공급으로 먹고사는 건설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기자>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분양시장 열기가 꺾이면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7천 가구로 부동산 침체기를 가르는 기준인 5만 가구에 육박한 상황입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한달 새 서울에서만 12% 증가하며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분양 중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이 늘면 공사가 끝났는데도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했단 뜻이기 때문에 건설사 유동성에 타격을 줍니다.

    이미 금리 인상으로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금리는 10~15%대에 육박하고, 일부 현장에서는 20%를 돌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받기로 한 공사 대금까지 못 받거나 늦게 받으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앵커>
    그래도 둔춘주공이나 장위4구역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현장 아닙니까?

    이런 회사들도 위험할 수 있나요?

    <기자>
    주택시장이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를 따내기 위해 현장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과 수십억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올 들어 그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현금흐름도 나빠진 상황입니다.

    실제로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인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올해 3분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장위4구역 시공사인 GS건설도 1년 새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했던 사업장의 청약 성적도 좋지 않습니다.

    시장에서는 최종 경쟁률 5대1을 마지노선으로 봅니다. 5대1을 넘지 못하면 미계약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둔촌주공의 경우 당장 내년 1월 사업비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데요. 미계약 물량이 30%가 넘으면 차환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PF 차환에 차질이 빚어지면 시공단이 인수하거나 대여금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에 차입금이 추가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가는 돈은 늘고, 돈 들어올 구석도 여의치 않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착공 물량이 올해보다 23% 이상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다운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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