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결제처리 방식이 국내 신용정보법 등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관계 당국이 법률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2일 "애플페이 결제 처리 과정에서 국내 결제 정보를 국외 결제망으로 이전하는 게 개인정보보호법 및 신용정보법상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출시 준비 중인 애플페이는 국내 가맹점 결제 정보를 제휴사인 비자·마스터카드의 결제망을 거쳐 승인하는 결제처리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출시된 카드나 간편결제 서비스가 통상 국외 결제 건에 대해서만 국외 결제망을 이용하는 것과는 차별된다.
국내 가맹점의 결제 업무를 해외 사업자에 위탁해 처리할 수 있는지,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안정성 문제가 없는지 등이 당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는 사항이다.
애플페이와 국내 제휴사인 현대카드 측은 결제 정보가 암호화된 상태로 전송되는 데다 개인식별정보를 담고 있지 않아 문제 될 소지가 없다고 소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13년 대규모 신용카드 고객 정보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금융당국으로선 감독 권한이 미치지 않는 해외로 결제정보를 이전하는 업무 프로세스가 적정한지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한편 법률문제를 해소하고 애플페이가 국내 출시되더라도 호환 단말기 확산에는 예상보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페이 호환 단말기나 소프트웨어(앱 포함)를 대형 가맹점에 무상으로 보급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2019년 6월 낸 법령해석 회신문에서 근접무선통신(NFC)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간편결제 방식 개발 등 환경변화에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호환 단말기를 대형 가맹점에 무상 제공하는 경우 여전법이 규정한 `부당한 보상금의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애플페이 국내 제휴사인 현대카드는 이런 법령 해석상 예외 사유를 토대로 애플페이 호환 NFC 단말기의 무상 보급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출시 전략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기술 관련 단말기 보급이라도 해당 단말기 제공이 새로운 결제 방식의 확산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게 아닌 제휴사와의 배타적인 거래를 위한 계약 목적이라면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는 게 금융위의 일관된 입장이다.
현대카드 측은 신기술을 적용한 간편결제 인프라 확산을 위해 단말기·부착기기(동글)를 보급하는 것이고, 이들 장치가 다른 결제 수단과도 호환을 유지한다며 리베이트 예외 사유를 인정해 달라고 당국을 설득하는 중이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 개 가운데 애플페이와 호환되는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대략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미국 애플사와 일정 기간 애플페이의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갖는 계약을 맺고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준비해왔다. 지난 5일에는 금융감독원 약관 심사를 통과했다.
다만, 현대카드와 애플 코리아는 애플페이 출시 여부 및 시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