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규제 예고로 국내 온라인 플랫폼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번달 초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자율규제 원칙이 무색해지고 있는 건데요.
관련 내용 IT바이오부 임동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원래 21일, 오늘이었죠.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의결할 예정이었는데 미뤄졌네요?
<기자>
먼저 심사지침이란 플랫폼의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화한 공정거래법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등은 물론 경쟁 플랫폼 방해, 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위반행위의 구체적 사례가 담길 예정인데요.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심사지침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관계부처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 회의를 연기했습니다.
따라서 내년 초 제정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심사지침이라 하면 법안처럼 구속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은데, 업계가 규제라고 우려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심사지침은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 현행 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때 기준이 되는 건데요.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법 해석을 할 때 준칙으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온플법’이라고 하죠.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 등 관련 법 제정 움직임이 이번 심사지침 제정을 시작으로 다시 속도를 내는 건 아닐까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가급적 업계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앞서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하기도 했는데요.
원래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독과점과 관련해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자율’보다는 ‘규제’ 쪽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는데요.
특히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정부와 국회 모두 플랫폼 옥죄기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공정위는 독과점 심사지침 외에도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 심사기준 강화도 추진하고 있고요.
민주당의 경우 카카오,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대형 플랫폼 입점 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는 `온플법`을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규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독과점 제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해외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처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가요?
<기자>
먼저 유럽은 플랫폼에 각종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들을 발의했고 내년 상반기 발효될 예정인데요.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적절한 경쟁을 해야한다는 관점에서 플랫폼 반독점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우리나라와 시장 상황에 차이가 크다는 겁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자국 내 플랫폼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기존 빅테크들의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겠다는 의도인데,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들이 오히려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 : 유럽이나 미국에서 기존의 경쟁법 규정들의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이미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 행위라든가 또 정보통신망법상의 여러 가지 규정들을 통해서 플랫폼이 하는 행위들을 규율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놓고 있었고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소수 사업자들이 굉장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몇 몇 사업자들이 굉장히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플랫폼 규제가 강화 되면 어떤 우려가 있습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아무래도 새로운 서비스 출시라든가 기업 활동들이 위축될 수 있고요.
특정 국가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해외 투자 감소,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국내 기업 경쟁력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장애물이 됩니다.
또 플랫폼에 대해서 규제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또 그 안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면이 있는데 오히려 지나치게 옥죄게 된다면 소비자 후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규제가 생기면 아무래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이미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플랫폼주들에게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플랫폼 규제 논의에 대한 소식만으로도 네이버나 카카오 주가는 약세를 보입니다.
실제 규제가 현실화 되면 충격은 더 큽니다.
최근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가 유럽에서 온라인 광고시장 반독점 규정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막대한 과징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는데요.
이 같은 소식에 메타 주가는 이날 오후 장에서 4%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또 얼마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 공정위가 금산분리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4~5%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9% 대 하락세를 각각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IT바이오부 임동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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