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한파에 성장률 1.6%…'다주택 대못'부터 손질

이민재 기자

입력 2022-12-21 19:34   수정 2022-12-21 19:34

    "윤정부, 결단·추진력 부각…노동개혁 속도"
    고금리에 부동산 대책 효과 크지 않아
    예산안 여야 합의 주목…"정책 실효성 우려"
    [리포트] 문성필 기자 <노조 부패·양극화 손본다…尹 "노동개혁 최우선">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21일) 첫 신년 업무보고에서 특히 강조한 것이 노동 개혁의 필요성입니다.
    특히, 노동조합의 부패를 `사회 3대 부패` 중 하나로 규정하며, 노동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문성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노동 개혁을 꼽았습니다.
    고임금·정규직 중심의 이중 구조화된 노동시장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노조 부패를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이른바 `사회 3대 부패`로 규정했습니다.
    그동안 강조해온 `노사 법치주의`를 다시 한번 언급하며 엄격한 법집행을 예고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거대 노조의 회계 투명성 확보에 속력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우리의 노동운동, 우리의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여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노조 장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고용노동부는 노조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해외사례 검토 등의 논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
    <앵커>
    윤 대통령의 노동 개혁,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과 신성장 전략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과 맞물립니다.
    자세한 내용을 경제부 이민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노동 개혁의 배경이 있습니까?
    <기자>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주 전과 비교해 5%포인트 올라 45%에 육박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결단과 추진력`이 상승 이유로 꼽힙니다.
    최근 화물연대 총파업 등을 계기로 노동 개혁과 법치주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엄정 대응하면서 사태가 진정된 바 있는데요. 이 때 이런 결단과 추진력이 부각됐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당부하고 노조 부패 척결을 강조한 것을 볼 때, 이런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기자, 역대급 경기 한파가 예상됨에 따라, 정책 방향성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먼저 내년 경제 여건부터 알아보죠. 경기 한파가 어느 정도 입니까?
    <기자>
    정부는 예상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6%로 입니다.
    올해 2.5%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습니다.
    국내외 기관들이 앞다퉈 전망치를 2% 아래로 낮춘 것을 볼 때 예상했던 수치입니다.
    수출과 투자에서는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내수에서는 가계의 원리금 상황 부담과 자산 가격 하락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중국 부동산 경기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변수가 많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상황이 녹록치 않아 정부 정책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점을 둔 내용은 무엇입니까?
    <기자>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이 핵심 키워드 입니다.
    이 목표를 위한 정책 방향은 크게 네 줄기로 나뉘는데요.
    거시 경제 안정 관리, 민생 경제 회복 지원으로 위기 극복을,
    민간 중심 활력 제고와 미래 대비 제질 개선으로 경제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정책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입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심각하다"
    부동산 가격 하락 속도를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입니다.
    수년간 폭등했던 주택 가격이 꺾여 매매 가격보다 전세 가격이 낮아지는 이른바 `깡통 전세`가 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로 충격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먼저 다주택자 규제 대못부터 손질하기로 했는데요.
    취득세 중과 제도를 현재 3주택자 8%, 4주택자 12%를 각각 4%, 6%로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입니다.
    양도세에 대해서는 중과 배제를 내후년 5월로 연장하고 내년 세제개편 시기에 개선 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분양과 주택, 입주권 단기 양도세율은 지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림과 동시에, 규제 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해제하고 LTV 30% 상한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앵커>
    다주택자 세부담 완화가 세입자 주거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져야 하지 않습니까? 이번 정책으로 충분한 겁니까?
    <기자>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는 게 세입자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규제 강화 시기에 세입자에 비용이 전가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립니다.
    게다가 내년까지는 금리 상승기에, 고금리 기조가 유지된다 점에서 어떤 부동산 대책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최대한 경착륙을 막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4만7천여가구 미분양 등 급한 불을 끄는 데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앵커>
    실수요자에 대한 정책은 없습니까?
    <기자>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합리성을 내세웠는데요.
    실거주와 전매제한 규제를 지역별 차이를 고려해 5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습니다.

    규제 지역을 내년 초 추가로 해제하고 임차보증금 반환 등이 목적인 주담대 규제는 완화할 예정입니다.
    무주택자 규제지역 LTV를 상향하고 1년 간 안심전환대출 등을 통합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공시가격도 손보기로 했는데요.
    1주택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45%에서 낮추고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내년 하반기에 발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정부는 세제·대출규제 완화와 함께 270만호 공급 계획도 사실상 속도를 늦추기로 했습니다.
    민간 등록임대를 부활시키고 규제 지역을 추가로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정원우 기자 리포트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정원우 기자 <270만호 공급 `속도조절`…아파트 임대사업 부활>
    <기자>
    지난 10월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4만7천여 가구로 한달새 또 5,600호가 쌓였습니다.
    1만7천가구였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1년도 되지 않아 3배 가까이 `빈집`이 늘었습니다.
    경착륙 우려가 커지자, 270만호 주택공급 발표 넉달 만에 정부는 결국 `속도조절`을 꺼내들었습니다.
    "기 발표 공급 계획(270만호, 8.16일) 정상 추진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속도 조절"
    공급 물량 조절과 함께 2020년 7월 사실상 폐지됐던 민간 등록임대도 부활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2023년 경제정책방향) : 민간 등록임대를 복원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민간·공공간 조화로운 역할 분담을 통해 임대차 시장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습니다.]
    10년 장기 임대의 경우 전용 85㎡ 아파트 등록이 허용되고, 신규 아파트 매입시 취득세가 감면됩니다.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복원하기로 했는데, 얼어붙은 거래 숨통을 틔우고 집값 하락 속도를 줄여보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들어 세차례에 걸쳐 해제한 규제지역 역시 내년 초 추가로 풀기로 했습니다.
    최근 집값 하락폭이 큰 서울 노원, 도봉, 강북구 등 일부 지역과 경기도 남은 지역들이 규제지역에서 풀릴 가능성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정원우입니다.
    <앵커>
    레고랜드, 흥국생명 등으로 부실 도미노가 우려됐던 채권 시장 안정도 필요한데요. 이번 경제 정책 방향에 포함돼 있습니까?
    <기자>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인데,
    채권시장 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를 계속해서 검토함과 동시에, 유동성 지원을 위해 은행, 증권, 보험 업계 규제를 추가로 풀기로 했습니다.
    한국은행,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도 지원 여력을 미리 챙길 예정입니다.
    회사채에 대한 개인 세제 지원과 더불어 국고채 1분기 순발행 물량을 올해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 등 국공채 발행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우려가 많았던 한전채 발행에 대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해 재정을 건전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채권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는 5조원 규모로 HUG 부동산 PF 보증을 확대하는 것 등을 통해 달래기에 나설 방침입니다.
    <앵커>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궁금합니다. 채권시장 안정화 가능합니까?
    <기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결국 고금리,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향방이 중요한데
    금리의 경우 내년 말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
    그때까지는 채권 시장 상황이 살얼음판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진단입니다.
    <앵커>
    위기 극복 다음은 성장일 텐데, 이에 대한 정부 계획은 뭡니까?
    <기자>
    주요 산업의 초격차 확대 전략을 세우겠다는 계획인데요.
    미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만든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단지를 추가로 만들고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해 성장 지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부 전민정 기자 리포트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전민정 기자 <반도체 산단 더 만든다...세제·투자 지원해 전략산업 육성>
    <기자>
    정부가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내놓은 또다른 처방전은 `신성장 4.0` 전략 입니다.
    [추경호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초일류국가 도약을 목표로 국가적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미래산업 중심으로 15대 프로젝트를 선정해 추진하는 `신성장 4.0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과거 정부 주도의 산업육성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신성장 4.0 전략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전략 산업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고 모빌리티·양자기술 등 미래첨단 기술 수준도 함께 높이는 것이 핵심.
    구체적으로 신기술·신일상·신신장 3대 분야 15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국민소득 5만달러의 초일류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먼저 반도체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용인과 평택에 이은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를 추가로 만듭니다. 당장 정부는 내년부터 신규입지 확보에 나설 계획인데, 후보 지역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또 반도체, 배터리, 백신에 이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비롯한 디스플레이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세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25조원 혁신성장펀드 조성, 첨단인재 양성을 통해 2030년 자율주행 인프라 완비,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2026년 양자컴퓨터 개발 등 미래 먹거리도 키웁니다.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당근책도 늘렸습니다. 내년 투자 증가분에 한해 세액공제율을 10%까지 올리고, 50조원 규모로 역대급 설비투자 자금도 지원합니다.
    여기에 무너진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360조원 무역금융을 지원하고 연 500억달러 상당의 해외수주도 적극 돕는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입니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신성장 정책도 부동산 대책과 마찬가지로 입법 과제들이 많아 거대야당의 합의 없이는 첫발도 떼지 못하고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등 과거 정부들이 추진한 미래산업 전략과 얼마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지, 건전재정 기조 속 막대한 사업 예산 투입이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법부터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죠. 반도체특별법도 아직 통과가 안됐잖아요. 대만은 적극적으로 TSMC 육성하려고 하는데 우리도 그 정도로 수준으로 해야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정부 대책의 실효성은 별로 없는 거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산업을 위해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까….]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앵커>
    앞선 리포트에서도 언급됐지만 실현 가능성이 중요할 텐데요.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윤석열 정부가 개혁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걸림돌이 됐던 것은 정쟁인데요.
    이번 경제정책 방향과 신성장 전략을 담은 내년 예산안과 세법이 국회 통과를 못하고 있습니다.
    여야 조율에 따라 예산안과 세제 관련 법안은 물론이고 세입, 세출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이번 정책 방향이 미봉책이 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발표에도 담긴 임금, 근로 체계 개편 등 노동 개혁의 경우도 국회에서 의견이 분분해 실효성이 생기기까지 난항이 예상됩니다.
    정부는 65% 수준으로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감액 예산안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말뿐인` 정책 목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국회는 예산안을 오는 23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는데요. 향후 국회 움직임을 예의주시 해야겠습니다.
    <앵커>
    이민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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