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분노 유발자의 등장이다. 배우 이도엽이 군대 내 갑질을 일삼는 빌런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 2022’ 여덟 번째 단막극 ‘양들의 침묵’은 마지막 진급 기회를 잡기 위해 사건을 침묵해야만 하는 대위 최형원(김새벽 분)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로, 극중 이도엽은 뻔뻔함으로 중무장한 갑질 중령 장동현으로 분해 소름 돋는 열연을 펼쳤다. 군대 내 성범죄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나무라는 행동과 진급 인사권을 빌미로 침묵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사관학교 출신 중령 장동현(이도엽 분)은 최형원이 근무하는 13전투비행단 대공방어대에 방문했다. 출장을 위해 왔다는 말에 부대 내 인원들이 모두 발 빠르게 움직였고 FM군인인 최형원마저도 장동현의 말에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동현은 얼어있는 군인들을 뒤로하고 여유로롭게 커피를 마시며 “대관령 목장에 와있는 느낌이야”라는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이에 최형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자 “최양, 임양, 민양… 양들이 천지잖아. 그러니까 목장이지. 그나저나 대관령 목장에 양을 키우던가?”라며 성희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장동현의 파렴치한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연히 만난 최형원, 임다인(전혜원 분)과 동석해 술을 마셨고 인사불성이 된 임다인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다음날 주차장으로 그를 불러낸 장동현은 “따라 해 봐. 저도 좋았습니다. 저도 원했습니다”라고 협박하며 자신이 저지른 성폭행을 묻으려 했다. 또 최형원을 찾아가 “최대위, 올해가 마지막이지. 절박하겠네. 자넨 입만 다물면 돼.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말고”라며 자신에게 진급 인사권이 있음을 강조함과 동시에 방관자가 될 것을 강요했다.
장동현은 혹시나 최형원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기에 미리 새로운 작전을 계획해뒀다. 자신의 예상대로 최형원이 범죄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하자 장동현은 자신 있다는 듯 피식 웃으며 기지작전과에서 수령한 비밀문서를 보여달라고 했다. 하지만 최형원이 직접 비밀번호까지 설정해 잘 넣어뒀던 비밀문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뒤였다. 장동현은 놀란 최형원에게 “나도 지켜줄 비밀 하나가 생긴 거 같군”이라며 비열한 미소를 보였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기 위해 비밀문서를 숨겨버리는 이기적이고 뻔뻔한 장동현의 태도에 안방극장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후 장동현은 더욱 당당한 태도로 최형원의 부대를 드나들었고 비밀문서가 사라진 것을 약점 삼아 되려 그를 협박했다. 자신에게 기죽지 않고 계속해서 사과하라고 말하는 최형원에게 쓴소리를 하려던 찰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장동현의 성폭행 사건이 군사 경찰에 이어 민간 경찰에까지 신고됐기 때문이다. 군대 내 평판은 물론이고, 대령 진급도 100% 따놓은 당상이었던 자신을 신고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을 터. 하지만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는 선한 이들의 노력이 더 강하고 단단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와 그를 돕는 사람들에게 분노와 협박을 뱉던 장동현. 협박이 통하지 않자 아픈 아내와 딸을 들먹이는가 하면, “이대로 내가 전역하면 그럼 마음이 편할 거 같아? 사람 인생 다 망쳐놓으면 그럼 후련할 거 같아?”라며 오히려 피해자인 임다인에게 죄책감을 심으려 했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자 살기 어린 눈빛으로 모두의 앞길을 막겠다고 소리치는 광기 가득한 최후의 발악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최형원과 임다인 모두 진급에 성공했고 장동현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며 권선징악 엔딩을 맞이했다.
이도엽은 ‘갑질 중령’ 장동현의 뻔뻔하고 이기적인 태도를 실감 나게 표현해 안방극장 ‘분노 유발자’로 등극했다. 반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눈빛부터 피해자를 협박하는 행동, 주변 사람들을 방관자로 만드는 가스라이팅 등 60분 내내 소름 돋는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깊은 탄식을 자아냈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평판 좋은 인물이지만 뒤에서는 비열한 짓을 자행하고 있는 캐릭터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는 평이다.
이렇듯 매 작품 파격적인 변신과 역대급 캐릭터의 탄생을 선보인 이도엽은 어느 해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2022년을 보냈다. ‘드라마 스페셜-양들의 침묵’뿐만 아니라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아다마스’, ‘작은 아씨들’, ‘소방서 옆 경찰서’ 등에 출연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작은 아씨들’에서는 ‘원기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했으며,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는 무자비하고 사악한 빌런 ‘마태화’로 분해 숨 막히는 연기 내공을 펼치기도. 이에 괄목할 만한 활약으로 2022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이도엽의 2023년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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