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중국 간 국경이 다음 달 전면 개방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홍콩에서 중국발 코로나19 감염자 급증과 의약품 품절 등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홍콩대 진동옌 교수는 26일 홍콩 공영방송 RTHK와 인터뷰에서 "중국 본토의 많은 대도시가 현재 코로나19 감염 `쓰나미` 단계를 통과하고 있다"며 "중국 본토를 여행한 홍콩인들이 현지에서 감염돼 돌아올 수 있고 이는 우리의 의료 자원에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오는 여행객으로 인한 감염 위험은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진 교수는 "중국 여행객이 홍콩으로 입경하기 1∼3일 전 두 차례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홍콩에 와서도 두 차례 PCR 검사를 받는다면 중국발 감염자는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감염된 여행객은 대부분 경증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신 약품과 백신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며 관련 약품을 충분히 비축하고 홍콩 주민이 아닌 이들에게는 코로나19 백신을 유료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홍콩에서는 영주권이 없어도 현지 체류 기간이 30일을 초과한 경우 등이면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다만, 개인 병원과 사립 병원에서는 백신을 유료로 접종한다. 홍콩에서는 중국 시노백 백신과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자체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인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만 맞을 수 있는데, 이는 화이자나 모더나 등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효능이 낮아 중국인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중국이 지난 7일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자 중국인들이 바이오엔테크 백신을 맞기 위해 마카오로 몰리고 있다고 앞서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보도했다.
중국과 홍콩은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국경을 폐쇄하면서 육지로 연결된 광둥성과 홍콩의 인적 왕래도 엄격히 통제됐다. 마카오는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지난 3년간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도 카지노 사업을 위해 중국 관광객은 받아들였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4일 "중국 중앙정부가 점진적이고 질서 있게 본토와 홍콩의 통관을 정상화해 인적 왕래를 재개하는 데 동의했다"며 내달 중순 이전에 중국 본토와 인적 왕래를 전면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위성TV는 지난 21일 "중국 당국이 내년 1월 3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한 호텔 격리 조치를 해제하고 사흘 동안 의학적 모니터링만 하는 `0+3` 격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진 교수는 "홍콩 정부는 제약사들과 접촉해 중국 본토인들과 홍콩인들의 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와 증상을 완화하는 약의 생산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백신이 충분히 있는 만큼, 우리가 백신을 더 많이 확보해 유료로 접종한다면 손해 볼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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