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 미국을 강타한 겨울폭풍의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뉴욕주 제2 도시 버펄로 일대의 인명피해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m에 육박하는 폭설에 목숨을 잃은 주민이 꾸준히 추가로 발견되면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버펄로와 주변 일대를 포함하는 이리 카운티 행정책임자 마크 폴론카즈는 이번 사태로 인한 희생자 수가 최소 37명으로 늘어났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버펄로시에서 29명, 교외에서 7명이 사망했고 위치가 불명인 희생자도 한 명이 있다면서 "시신 중 상당수는 현시점에선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확인된 희생자 가운데 17명(46%)은 실외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난방이 되지 않아 동사한 사람이 9명(24%)이었다. 차량에 고립돼 사망한 경우는 4명(11%)으로 집계됐다.
끝없이 쌓이는 눈을 치우다 심장마비 등을 일으켜 숨진 주민(4명)과 교통 마비로 응급의료서비스가 지연돼 목숨을 잃은 주민(4명)도 적지 않았다고 폴론카즈는 전했다.
폴론카즈는 희생자와 유족에 깊은 애도를 전하면서 이번 폭풍으로 전력공급이 끊겼을 가능성이 큰 지역의 경우 주 방위군이 집집마다 방문해 주민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혼자 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숨지진 않았는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해 알려지지 않은 희생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바이런 브라운 버펄로시 대변인은 별도의 언론브리핑에서 "멈춘 차 안이나 보행로 위, 길모퉁이 근처 등에서 희생자들이 발견됐다. 일부는 눈더미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차량 등에 고립된 주민이 제때 구조되지 못한 이유를 묻는 말에는 "모든 신고에 응답해 모두를 구하는 것이 우리 목표이지만, 시야가 상실되는 눈보라 속에서 차를 모는 건 짐작하다시피 응급대응을 훨씬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오대호에 속하는 이리호(湖) 연안에 위치한 버펄로에는 겨울이나 늦가을에 폭풍과 함께 큰 눈이 내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지만, 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 이례적이다.
현지 당국은 현재까지 파악된 희생자 수(37명)만 따져도 이전까지 역대 최악의 인명피해 사례였던 1997년 눈보라 사태(29명)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눈에 그렇게 익숙한 도시가 어떻게 이 정도의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에선 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2일 저녁 이리 카운티 당국은 23일 오전 7시부로 여행주의보를 내린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교통이 통제된 건 눈보라가 이미 시작된 23일 오전 9시 30분이 넘어서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일부 주민이 교통통제 시점을 앞당길 것을 촉구했으나 카운티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행정 책임자인 폴론카즈는 23일 아침까지는 폭풍이 몰아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기에 밤샘 근무를 마친 근로자들이 차로 퇴근할 수 있도록 여유를 뒀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더욱 일찍 통제했다고) 뭔가가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폭풍이나 폭설에 주민이 익숙하다는 점이 오히려 일종의 안전불감증을 부른 결과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악시오스는 "유사한 위험과 관련한 이 지역의 오랜 역사를 고려할 때 버펄로 주민들이 눈 폭풍 경고에 둔감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면서 "심지어 재해가 임박했다고 경고한 미 국립기상청(NWS)조차 현지 공항에 추가 인력을 파견하지 않아 23일부터 25일까지 기상요원 9명이 교대 없이 근무할 정도로 크게 영향받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3일 새벽 한때 영하 16도까지 떨어졌던 버펄로 지역의 기온은 29일 현재 영상 3∼6도 안팎으로 올랐다. 내주 중반에는 일최저기온이 영상 1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보됐다.
폴론카즈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눈이 녹을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눈이 녹으면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망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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