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의 일종인 `악성 엽상종`의 유전체 특성을 분석한 결과가 나오면서, 치료제 개발의 길이 열렸다. 이를 활용해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면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던 악성 엽상종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게 된다.
문형곤 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과 김종일 서울의대 유전체연구소장 공동연구팀은 악성 엽상종 조직을 분석해 유전자 특성과 발병기전을 확인하고, 잠재적 표적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동물실험 결과를 3일 밝혔다.
악성 엽상종은 전체 유방암 중 1% 미만인 희귀한 암이다. 성장이 빠르고 크기가 크며 재발과 전이가 쉽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술 외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고, 연구를 위한 적절한 세포주 및 동물모델도 부족하여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연구팀은 유전자적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악성 엽상종조직 9개와 일반 유방암조직 18개를 대상으로 유전체·전사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악성 엽상종은 일반 암조직에 비해 세포외 기질과의 상호작용과 PI3K 신호가 증가했고, 세포부착과 연관된 유전자 신호는 감소하는 특징이 두드러졌다.
또한 악성 엽상종은 생물학적으로 ▲상피형 ▲섬유화형으로 구분됨을 확인됐다. 2가지 아형을 비교하기 위해 악성 엽상종 파라핀조직 28개를 분석하자 섬유화형 유형이 상대적으로 진행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엽상종은 과거 현미경으로 관찰한 세포모양에 따라 하나의 질환으로 분류됐는데,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실제로는 진행이 더 빠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신속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식별하는 등 유전체 아형을 향후 임상적 가치가 높은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추가적으로 섬유화형 유형에서 암세포 증식과 연관된 신호(PDGFR, PI3K/mTOR)가 활성화된 것을 찾은 연구팀은 이 신호를 차단시켜 악성 엽상종을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신호 차단 약물을 투여한 쪽에서 암 성장속도가 억제된 모습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문형곤 센터장은 “오랜 기간 수집된 조직샘플과 환자의 암조직을 이식한 동물모델을 활용해 그간 난항을 겪던 악성 엽상종 표적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현재 표적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 미치는 효용을 확인하기 위한 전향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2월 학술지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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