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BITDA 10배 매수한 버핏..."안전마진 여전히 35%"
버크셔 포트폴리오 비중 41%...추가매수 여부 촉각
중국 공장 생산차질로 인한 아이폰 판매 둔화와 긴축정책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가 겹치면서 애플의 주가가 하락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가총액 2조달러를 유지해왔던 애플의 주가는 125달러선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그림 : 애플 주봉 차트 / 출처 : 트레이딩뷰)
1년 전 애플의 주가는 180달러선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한바 있지만 현재는 고점 대비 30% 이상 빠진 셈이다.
(그림 = 2022년 9월말 현재 벅셔 헤서웨이 보유 TOP10종목 비중 / 자료 : 밸류사이더)
세계 최고의 투자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워런 버핏의 벅셔 헤서웨이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분기말 현재 41.76%에 달한다.
총 보유종목수는 50개에 달하지만 버핏 특유의 집중투자 철학으로 상위 10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이른다.
그렇다면 애플에 베팅한 버핏의 투자성과에는 문제가 없을까?
버핏이 처음 애플의 주식을 사들인 2016년 3분기 애플의 평균가격은 37.17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보유비중은 5%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이후 투자를 급격하게 늘렸다.
애플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지만 평균매수단가는 지금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투자에서 강조하는 이른바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매 분기 이후 보고하는 13F 파일을 종합해보면 버핏은 애플을 EV/EVITDA 평균 10배 가격에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80달러선이다. 올해 애플의 포워드 EBITDA는 1,300억달러, 시가총액은 1.99조달러이니까 EV/EBITDA는 15.3배를 고려하면 버핏의 안전마진은 여전히 30%가 넘는다. 애플 주가가 지금부터 30% 넘게 떨어지면 본전이 된다는 뜻이다.
아직 2022년말 현재 벅셔 헤서웨이의 포트폴리오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버핏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 다만, 과거 그의 발언과 투자이력에서 다음 행보를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애플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요청에 버핏은 "애플은 최고의 비즈니스"라고 극찬하면서 "애플 주식을 매도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바 있다. 2021년말 47%까지 보유비중을 높였던 버핏은 지난해 1분기 보유지분 5%가량을 매도한 바 있다. 다만 그 이후 애플의 주가가 빠질때마다 지분을 늘려 3분기말까지 유지한 상황이다. 한번 주식을 매수하면 좀처럼 팔지 않는 그의 이력을 고려할때 당장 애플의 보유지분율을 급격하게 떨어뜨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현재보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IBM의 사례에서 봤듯이 당초 매수했을때와 달리 펀더멘털의 변화가 생기거나 자신의 판단착오를 발견하면 미련없이 내던지는 그의 성향도 유의해야 한다.
올해로 92세가 되는 `오마하의 현인`.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젠 나이가 너무 많은게 아니냐는 질문에 "내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99세가 된다"며 은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도 한 버핏이 애플의 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것인지 펀더멘털의 훼손이나 주주잉여현금흐름(FCFE)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것인지 주목할 일이다.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뿐만 아니라 현지 개인투자자들이 2022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바로 애플(152억달러 순매수)이다.
`대규모 R&D나 반복적인 유형자산 투자가 필요없고, 부채비율이 낮으면서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투자하본수익률(ROIC)로 주주의 돈을 복리로 불려주는 돈 잘버는 회사`만 고집하는 그의 철학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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