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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Ⅶ)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3-01-09 08:03  



<편집자 주> 2023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 계묘년을 맞아 경기, 금리, 주가, 환율, 부동산 예측방법을 다룬 데 이어 실제로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주에는 일곱 번째 주제로 "`세컨더리 M&A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와 "`그린스펀 풋과 파월 콜`…부자 풋과 부자 콜"을 다룬다.

`세컨더리 M&A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다되가는 시점에서 각종 예측이 마치 봇물 터지듯 잇따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앞으로는 세컨더리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돈이 가장 몰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부자들의 안목도 이곳으로 빠르게 이동되는 추세다.

M&A 시장은 거래되는 매물의 성격에 따라 `프라이머리 M&A 시장`과 `세컨더리 M&A 시장`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정상적인 기업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후자는 부실기업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대형 금융위기일수록 그 극복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어김없이 큰 장(場)이 섰다. 최근처럼 테이퍼링과 같은 출구전략이 시작되는 때와 맞물린다.

특정국의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시스템 위기→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극복해야 한다.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단계를 10부 능선이라고 한다면 7부 능선을 지날 때부터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1년 2월 이후 테이퍼링 논의가 계속되는 것도 코로나 사태가 이 단계에 와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영권 탈취목적 여부에 따라 `우호적 M&A`와 `적대적 M&A`로 나눌 때 세컨더리 M&A 시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는 적대적 M&A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부실기업이 거래되는 것은 금융위기 등으로 낀 슬러지가 청소(clean)되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M&A 시장을 `하이에나`로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나타난 많은 변화 가운데 기업 간 차별화가 심화된 점이 눈에 띤다. 위기를 기회로 거듭난 기업들은 자금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유 형태도 금융위기 이후 `제로(혹은 마이너스)` 금리정책과 수익률 하향 평준화 현상과 맞물려 자체적으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쟁력이 취약했던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더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다. 초기에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축적해 놓았던 자산으로 버틸 수 있었으나 해가 갈수록 한계에 봉착하면서 급격히 부실화되고 궁극적으로는 세컨더리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M&A 거래액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처럼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는 시대에 있어서는 기업이 창업하거나 한 단계 도약할 때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다간 성공할 확률이 낮다. 오히려 세컨더리 M&A 시장에서 잠재적인 경쟁력이 높은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경기순환 순응성이 심해지는 때에는 더 그렇다.

재테크 관점에서 세컨더리 M&A 시장에 투자만큼 양면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도 없다. 잠재성이 높은 부실기업을 인수한 기업에 투자하면 의외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부실기업이 매물로 나올 때 묵혀 있었던 무형의 가치(기업문화, 훈련된 인력, 거래처 등)가 좋은 기업에게 인수되면 한꺼번에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M&A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체리 피킹 투자기법이다. 워런 버핏 등이 가장 즐기는 이 기법은 마켓팅 분야에서 많이 활용하다가 최근에는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여건이나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주식만을 골라 투자하면 후에 큰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부실기업을 잘못 인수한 기업을 투자할 때에는 한순간에 투자금액을 잃을 수 있다. 부실을 낳게 한 요인들은 그 성격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 적용돼 전염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도 욕심을 부려 무리하게 부실기업을 인수했다가 동반 부실화되면서 `바이 백(buy back)` 즉 토해내는 사례가 의외로 많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그룹이 대표적이다.

세컨더리 M&A 시장이 활성화되는 때에 부실기업이 아니더라도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할 때 꼭 새겨둬야 할 덕목이 있다. 특정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면 일단 투자한 자산은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 값으로 잘 거래되던 자산도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소문이 들리면 거래되지 않고 헐 값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일수록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눈에 익은 기업이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고금리 유혹에 빠져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을 칼날 위를 타는 무속인으로 비유된다. 무속인이 칼날 위에서 떨어지면 깊은 상처가 나듯이 투자자는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대로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

`그린스펀 풋`과 `파월 콜`…`부자 풋`과 `부자 콜`

어떤 국가이든 간에 중앙은행 총재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특히 Fed 의장은 더 그렇다.

미국 증시 역사상 시장참여자들의 신뢰가 가장 높았던 Fed 의장은 앨런 그린스펀이다. 수많은 사건 가운데 이런 신뢰 관계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1998년에 발생했던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사태다. 당시 러시아 모라토리움(국가 부도) 사태로 LTCM이 파산 직전에 몰리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신용경색 현상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이 때 세 번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긴급조치 덕분에 LTCM의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됐고 시장참여자들은 외부 충격을 흡수한 그린스펀을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 부를 정도로 맹신했다. 위험을 상쇄하는 이런 능력 때문에 증시 침체로부터 옵션 보유자를 보호하는 풋 옵션과 같다는 의미로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처럼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발달로 네트워크만 깔면 공급능력이 확대돼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신(新)경제 골디락스 국면에 나타나 증시 기초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견실했다. 이 상황에서 그린스펀 풋까지 가세됨에 따라 저가 매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당시의 시장참여자들은 좋은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도처에 깔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린스펀 전 Fed 의장 만큼은 안되지만 요즘 들어서도 현재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 수위에 따라 세계 증시가 요동을 친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파월 충격(Powell’s shock)`라 불리울 정도로 주가가 급락하고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우려가 줄어들면 `파월 효과(Powell’s effect)`라 표현될 정도로 주가가 급등한다.



문제는 불과 하루 이틀 간격으로 이런 현상이 너무 자주 교차됨에 따라 증시 참여자들이 파월 의장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갈수록 비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증시 참여자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얼마나 되는가를 알 수 있는 금융스트레스 지수를 구해 보면 물가지표가 크게 올라간 2021년 4월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다.

만약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파월 의장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신뢰는 조만간 추락하는 단계에 진입할 확률이 높다. 벌써부터 뉴욕 월가에서는 그린스펀 풋과 대비시켜 `파월 콜(Powell’s call)`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파월 콜이란 잦은 말 바꿈으로 시장참여자들이 느끼는 피로가 누적될 경우 옵션 보유자를 보호하지 못해 만기 이전이라도 권리행사를 촉진시키는 콜 옵션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그린스펀 풋과 파월 콜이란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여부에 따라 중앙은행 총재의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하면 그린스펀처럼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Fed 역사상 최장수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밀어주고,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부름으로 중앙은행 총재직을 임기 이전이라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로서 관심이 되는 것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서는 어떤 용어가 붙여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자들의 생각은 `이창용 콜`보다 `이창용 풋`이라는 용어가 붙여져 증시가 한 단계 뛰어올라 재산이 불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도 돈을 벌 수 있는 큰 힘이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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