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는 떨어지는데 대출 금리는 오른다?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분통 터뜨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여론 악화에 금융 당국이 대출금리 단속에 나섰는데, 잇따른 당국 개입에 시장 자율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제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최근 금리 문제가 시끄럽죠?
<기자>
최근 1년 만기 기준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는 4% 안팎입니다. 지난달 5%대에서 한 달 만에 1% 포인트가 떨어진 건데요. 5,000만 원을 맡긴다면 연간 이자가 50만 원이 줄어든 셈입니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어제(10일) 기준 평균 예금 금리가 연 5.25%로 확인되는데요. 최고치였던 지난해 11월 말(연 5.53%)과 비교하면 약 0.28% p 내린 겁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움직임이 저축은행까지 번졌다는 분석입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초로 6번 연속 인상된데다, 10년 만에 최고치인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죠.
<앵커>
5% 예금 시대가 와서 자산가 중심으로 여윳돈 몰린단 이야기가 엊그제 같은데, 그 사이 대출금리는 딴판이라고요?
<기자>
올 초부터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선 바 있죠. (1/3 기준 연 5.25∼8.12%)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오는 금요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최고 10%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은 크게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 소비자들의 예·적금으로 돈을 마련해서 대출을 내줍니다. 예금주들에게 줄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을 해주면서 받을 금리도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죠. 그런데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안 내려 금융소비자들은 볼멘소릴 하고 있습니다. 은행을 향해 `이자장사를 해서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불만인 거죠.
<앵커>
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자제했으니 예금금리 낮아지는 건 그렇다 쳐도, 대출금리는 왜 떨어지지 않는 걸까요? 은행들은 뭐라 그렇습니까?
<기자>
대출은 크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나뉘는데, 금리 상황을 짚어볼 때는 보통 주담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신용 대출은 개개인마다 적용받는 금리 차이가 크기 때문이죠.
주담대는 고정형 금리와 변동형 금리로 구분되는데, 고정형 상품의 금리는 보통 `은행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한 달간 약 0.2% p 떨어졌는데 주담대 금리는 반대로 올랐습니다.
(은행채 : 22/12/06기준 4.604, 23/01/06기준 4.411, 시중은행 고정형 주담대 : 22년 연말기준 4.62~6.22%, 23/01/04기준 4.76~6.53%)
이와 달리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예금 금리와 밀접하게 움직이는데요. 대출금리는 은행이 돈을 모으는데 필요한 기준금리에 은행마다 정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정해집니다.
11월과 12월을 비교해 보면 국민은행의 기준금리가 0.11% 오르는 동안 가산금리는 0.18%, 신한은행은 기준금리가 0.12% 오르는 동안 가산금리 0.74% 오른 것으로 확인됩니다. 우리은행은 기준금리가 0.08% 떨어졌지만 우대금리가 줄어들면서 전체 대출금리는 그대로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결국 대출금리가 오른 건 기준금리보다 가산금리 영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은행들이 조달 비용은 줄었음에도, 자체 마진을 늘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은행권 관계자 : 요소값이 정책에 의해서나, 은행의 자금 운용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데, 저희는 그런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이고 있거든요. 그리고 은행마다 금리나 기준이 동일하다면 또 모르겠는데, 요소값들이 다 다른 상황에서…]
정리하자면 은행의 금리는 외부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는 겁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가산금리를 매기지만 그것 역시 금융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는 거죠. 또 여러 상품의 금리를 평균내다보니 기준금리와 똑같이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설명인데요.
추가로 대출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최상단으로 받아 가는 고객이 없다는 거죠. 최고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은행채나 예금금리가 상승세가 꺾인 것은 분명하니 이후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다만 고공행진하는 금리에 결국 금감원이 대출금리 모니터링을 한다고요?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어제(10일)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줄인상에 우려를 표하며,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는데요. 은행채 금리나 예금금리 모두 떨어졌는데, 대출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거죠.
이 같은 발언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현 상황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차주들의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거죠.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예금 금리 인상을 제한에 이어 또다시 시장 상황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7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며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을 유도하다가, 11월에는 금리 올리기를 자제하라며 돌연 입장을 바꾼 바 있죠.
<앵커>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다음날 바로 예금 금리 올리던 시절도 있었죠.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게 `이거 하지 마 저거 하지 마`라며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시장은 뒤죽박죽, 소비자 혼란까지 이어지는 모습 아닐까요?
<기자>
예금 금리 인하를 유도한 건 당시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로 은행들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습니다. 예금금리 오르면 은행들의 조달금리가 올라서 대출이자가 늘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판단도 작용한 거죠. 전문가들은 금융 안정을 위해 당국 개입은 필요하지만 예금 금리까지 억누르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예금금리 인상 관련해서 언급하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아요. 자금 조달에 있어서 은행들이 필요한 자금들을 시장이나 금융소비자들한테 폭리를 취하는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대출 금리를 높게 매겨 지나친 이익을 취하는 은행에 대한 당국의 관리는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다만 섣부른 개입은 시장의 자율 기능을 훼손하고, 결국 금융 관치, 나아가 소비자 불편과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데요.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을 반복하기보단 자율적인 금리 조절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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