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사상 첫 매출 3조를 달성할 거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잘 나가는 해외 사업과 달리 정작 내수 시장 점유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내용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농심이 해외 시장 성장과 달리 내수는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요. 얼마나 안좋습니까?
[기자]
네. 국내 연간 라면시장 규모가 2조원쯤 되는데요. 농심은 여전히 부동의 1위이긴 합니다. 하지만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농심 라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2.9%로 압도적 1위였는데, 최신 자료를 보면 점유율 50%도 위태한 상황입니다.
오뚜기 등 경쟁사들에게 내수 시장을 그만큼 뺏긴 셈입니다.
특히 농심 대표 제품 신라면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신라면 점유율은 최근 3년간 꾸준히 내리막을 기록해 지난해 11%까지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신라면의 부진에 대해 해석이 분분한데, 젊은 소비자들의 유입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실제로 거리로 나가 시민들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청장년 층에선 신라면의 인기가 여전했지만, 10대들을 중심으로 신라면의 인기가 높지 않았습니다. 들어보시죠.
[정휘구 (28) / 서울 용산구 : 신라면을 좋아하는데요.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라 (신라면이) 다른 라면에 비해 자극적이라 선호합니다.]
[한예슬 (17) / 경기도 의정부시 : 불닭볶음면을 많이 즐겨 먹어요. 매운 맛이 좋아서 자주 먹어요. 요즘 친구들은 매운 걸 선호하는데, 신라면은 옛날 매운 맛이 나서 친구들은 불닭볶음면을 자주 찾는 것 같아요.]
[앵커]
10대면 미래 소비세대인데, 농심으로선 고심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내수 부진이 실적에도 반영이 되고 있죠. 저희가 전에 농심이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전해드린 바도 있었잖아요.
[기자]
네. 지난해 1분기 4.6% 였던 농심 영업이익률은 2분기 0.5%로 떨어졌습니다. 당시 내수 시장 실적만 떼어놓고 보면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거든요.
농심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등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했지만, 경쟁사들의 경우엔 영업적자를 내지는 않았거든요. 때문에 당시도 단순히 외부적 요인만 탓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졌던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4분기엔 4%대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아직 실적 발표 전이라 증권가 추정치이고요. 하지만 이마저도 건강한 회복이 아니라 아직까지 방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건강한 회복이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죠?
[기자]
농심은 원재료 값과 환율 상승 등 고물가로 인해 어렵다며 지난해 9월에 라면 등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요. 이 덕분에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률은 다시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실적 회복을 이끈 것이 신사업 성공이나 사업 체질 개선이 아니라 손쉬운 제품 가격 인상이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 라면가격을 11% 정도 올렸는데, 영업이익은 15%(4분기 추정치)나 늘었거든요.
원재료 가격 인상을 구실 삼아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이익을 끌어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앵커]
혁신없이 원재료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 지적인 것 같은데, 특히 식품의 경우 가격을 올려도 수요에 거의 변화가 없는 비탄력적 제품이니까요. 더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실제 지난해 농심의 연구개발비율도 하락했습니다.
농심은 그동안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율을 줄곧 1%대로 유지해 왔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3분기는 연구개발비 비율이 0.9%로 떨어졌습니다.
농심은 자산 총액 5조가 넘는 대기업 집단에 해당하거든요. 대기업 연구개발비 비율이 1.7%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연구개발에 들이는 노력이 평균보다 낮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내수 시장 점유율 하락에, 소비자 외면까지 농심이 돌파구 마련에 고심이 클 것 같은데요.
[기자]
리포트에서 보셨듯 해외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요.
특히나 이제는 내수 시장 점유율을 더 이상 뺏기지 않기 위해 미래 농심의 잠재 고객인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한창입니다.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신라면 분식점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성수동에 이 신라면 분식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팝업스토어를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젊은 세대들은 매운 맛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걸 먹는 영상을 촬영해 올리는 매운 맛 챌린지를 하면서 콘텐츠를 스스로 확대 재생산 시키잖아요.
이런 트렌드에 맞춰서 신라면보다 3배 매운 라면을 신제품으로 내놓으면서 보수적이었던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고요.
동시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건면 제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건면 제품 전체 매출액이 전년 대비 40%(1,000억원) 늘어난 만큼 건면 제품 라인업과 판매처도 계속해서 확장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네.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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