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속운행·결항도 속수무책…"HMM, 인내의 시간"

전효성 기자

입력 2023-01-18 19:13   수정 2023-01-18 19:21

    <앵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며 짐을 싣고 바다를 오가는 해운업계의 업황도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1년새 운임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건데, 해운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새해 들어서도 해상운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죠?

    <기자>

    컨테이너선의 단기 운임 지표인 SCFI 지수는 지난해 1월 5,109p에서 최근 1,031p까지 떨어졌습니다. 5분의 1 수준이 된거죠.

    원자재를 싣고 다니는 건화물선의 운임지수(BDI)도 비슷한 흐름입니다(2021년 10월 5,647 → 946).

    해상운임이 하락하는 동안 해운사들은 운임 방어를 위한 시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운임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겁니다.

    <앵커>

    운임 방어를 위한 시도라면 어떤게 있습니까?

    <기자>

    임시결항, 감속운항이 대표적입니다. 임시결항은 선박 공급을 줄여 운임을 보전하려는 시도인데요.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서 운항하지 않는 컨테이너선 규모는 약 137만TEU로 1년 전(53만)보다 163% 늘었습니다.

    노선별로는 북미항로는 1년 전보다 16.3%, 유럽항로는 4% 선박 공급이 줄었습니다.

    감속운항은 선박의 일반적인 운항 속도(20~25노트)를 절반 수준으로 떨어트려 운항하는 건데요,

    이 경우 운항기간이 늘어 결과적으론 선박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천천히 다니니까 유류비가 줄기도 하고요.

    일부 선사는 짐을 내리고 복귀할 때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을 돌아오는 경로를 택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선박 공급을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운임 방어 노력에도 해상운임은 1년간 하락세를 이어온 겁니다.

    <앵커>

    끝없는 운임 하락, 이유는 뭡니까?

    <기자>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교역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유럽의 수출 물동량은 지난해 10월 110만TEU로 직전해와 비교해 30% 넘게 줄었습니다. 아시아~북미 항로도 상황은 비슷했고요.

    해양진흥공사가 추정한 글로벌 상품 재고량도 이같은 흐름을 뒷받침합니다(리테일 +21.9%, 식음료 +24.9%, 의류 +38.6%).

    실제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교역량이 지난해보다 2.2%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8%p 낮아진 수치입니다.

    <앵커>

    글로벌 교역량이 2.2% 늘어난다면 역성장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해운 운임은 80%가 떨어졌단 말이죠, 과도한 하락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문제는 새롭게 건조돼서 들어올 선박 수요가 넘친다는 겁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해운업체들은 기록적인 실적을 썼죠. 국적선사인 HMM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요.

    해운업체들은 운임이 높았던 이 시기에 선박을 대규모로 발주합니다.

    2021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434만TEU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260만TEU를 발주했습니다.

    이게 어느정도냐면 현재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이 2,500만TEU인데 2~3년 사이에 30%가 더 들어온다는 얘기입니다.

    HMM도 마찬가지인데요, 1만 4천TEU급 선박 12척이 내년 1분기까지 들어올 예정입니다. 현재 선복량(81만)의 20%가 단기간에 늘어나는 거죠.

    이미 운임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내려온데다 앞으로 공급될 선박까지 많은 상황이다보니 증권가는 HMM의 예상 실적을 낮춰잡고 있는데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올해 6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는데, 최근에는 2조 8,000억원까지 눈높이가 낮아졌습니다.

    건화물선을 주력으로 하는 팬오션 역시 영업이익이 30% 감소할 것이라는게 증권가 분석입니다.

    <앵커>

    결국 해상운임이 언제쯤 바닥을 찍고 반등하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기자>

    해운업계에서는 내년 초까지 운임 약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선박 공급 증가는 피할 수 없고(23년 +7% 24년 +7%, 25년 +5.6%), 그나마 올해를 지나며 경기가 어느정도 회복됐을 때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죠.

    해운업계에서는 이미 벌크선·컨테이너선 운임 모두 손익분기점 이하로 내려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수익이 나는건 운임이 높았을 때 맺은 장기계약이 남아있기 때문인데,

    이 기간이 끝나고 다시 계약을 맺는 시점이 찾아오면 본격적인 혹한기가 시작될 거란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1천선 초반인 SCFI 지수가 800선까지 내려오면 임시결항을 넘어 `계선`이 대거 늘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짐을 옮겨주고 받는 돈보다 운항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높아지게 되니까 배를 아예 세워두는 거죠.

    이 경우 과거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이끌었던 저가 운임 경쟁도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구교훈 / 배화여대 교수: 경기 침체가 돼서 SCFI가 1천선 이하로 가면 계선이 시작되고, 계선량이 200만TEU, 300만TEU까지 예전처럼 늘어나면 이제 심각한 상황이 되는 거죠. 배를 매각을 해야하느냐 이런 우려도 나올 것이고…]

    <앵커>

    여러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는 상황인데, 우리 해운업체에게 올해는 인내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올해가 해운업계에 위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표 국적선사인 HMM은 지난 2년간 기록적인 실적을 쓰며 현금성 자산이 10조원에 달합니다.

    부채비율도 500%대에서 36% 수준까지 낮추며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고요.

    높은 수익성도 긍정적 부분인데요, 화물 1TEU를 옮길 때 HMM이 거둔 수익은 2,622달러로 글로벌 선사 중 1위였습니다.

    이처럼 양호해진 재무구조와 높은 수익성으로 기업신용등급도 1~2단계 높아지는 결과도 받았고요.

    HMM이 쌓아둔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 높은 수익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침체기 이후의 반등 시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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