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온 대사를 따라하는 등 `남한말투` 사용이 증가하자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북한은 지난 17∼1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해 남한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핀셋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주민들에게 공식 경고했다.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강윤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가는 것은 사회주의 민족문화 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며 "언어생활에서 주체를 철저히 세우는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는 북한에서 표준어인 평양말 외에 남한말 등 외래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법령을 제정했고,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식 채택한 것이다.
2021년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남친`(남자친구), `쪽팔린다`(창피하다)를 비롯해 남편을 `오빠야`, 남자친구를 `자기야`로 부르는 행위 등 남한식 말투와 호칭을 강하게 단속했다.
북한이 이런 법령을 채택한 것은 단순히 언어적인 측면을 넘어 외부 사조에 대한 당국의 경계심이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 평양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사상과 문화, 제도를 철저히 보호하고 체제 결속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북한은 평양문화어보호법 조항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준하는 강한 처벌이 예상된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는 초강수 처벌 조항이 들어 있다.
언어 사용에 신중한 공적인 자리보다는 주로 `프락치`를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 적발이 이뤄지고 이를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형태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은 "평양이 언어적 습관에서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본주의 풍의 공간으로 변질된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사실상 근간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며 "평양이라는 중심성과 언어적 중심성을 다시 한번 되새김으로써 지방 도시에 모범을 보이라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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