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이 명물인 미국 뉴욕시에서 올겨울 눈이 내리지 않는 이상기후가 반세기만에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립기상청(NSW)은 뉴욕시에 326일간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1973년에 세워진 역대 최장 눈 가뭄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NSW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뉴욕시에서는 12월 중순에 첫눈이 내린다. 그러나 올겨울 뉴욕시에서는 눈 대신 비가 내려 뉴욕 시민들은 스노부츠 대신 우산을 챙겨야 했다고 WSJ은 전했다.
NSW은 뉴욕시뿐만 아니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워싱턴DC 등 동부 해안 도시도 최장기간 눈가뭄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비교적 날씨가 온화한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작년에 뉴욕시 브루클린으로 이사 온 대니엘 렁(35)은 "평생 뉴욕의 전형적인 겨울을 경험하길 기대해왔다"며 "처음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들떴지만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렁은 첫눈이 내리면 사진을 찍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려고 했지만, 눈이 오지 않아 아직도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겨울 뉴욕시에 눈이 오지 않은 이유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기준 뉴욕시 기온은 섭씨 영상 14도에 달했다. 2021년 같은 날 뉴욕의 기온은 섭씨 7∼8도였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겨울 뉴욕에 들이닥친 `눈 가뭄`에는 특별한 원인이 없다고 말한다. NWS 뉴욕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상학자 제임스 토마시니는 "단지 올해 기상 상황이 순조롭지 않았을 뿐"이라며 재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뉴욕시에 눈이 왔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겨울에 뉴욕시에 눈이 온 흔적이 있긴 하다"며 뉴욕 라과디아 공항 인근에서 지난달 11일∼12일에 눈이 가볍게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기상학자들은 눈이 최소 0.1 인치(0.254㎝)는 와야 강설량을 측정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조차도 되지 않는 양이었다고 덧붙였다.
`눈 가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매년 겨울이면 수북이 쌓이는 눈 더미에 그렇지 않아도 지옥 같은 뉴욕시의 교통 상황이 더 나빠지곤 했는데, 올겨울엔 비교적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눈 소식을 손꼽아 기다려온 시민들은 사이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전업주부 케리 칸델라리오(44)는 "매년 겨울이면 눈을 기대했다"며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뉴욕시와 달리 폭설로 인한 사고로 인명피해를 입은 지역도 있다. 지난달 크리스마스 무렵에 뉴욕주 북서부 도시 버펄로에서 적설량이 89㎝를 기록하면서 자동차 운행 금지령이 내려졌다. 버펄로와 인근 지역에서 일부 시민이 폭설에 차에 갇히는 등 폭설과 혹한으로 인해 수십 명이 숨지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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