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피티-안진 "평가 보고서 문제 없어"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련)는 3일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전부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가치 평가 업무에서 평가자와 의뢰인이 논의를 주고받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평가 방법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의 발행이 안진 회계사들의 전문가적 판단이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에 비춰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어피니티, 안진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풋옵션 분쟁은 지난 2018년말 어피니티가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24%를 당초 매입 가격인 주당 24만5천원의 두 배 가까운 41만원에 신 회장에게 되사가라며 풋옵션을 행사한데서 시작됐다.
당시 교보생명은 검찰에 안진의 관련 평가 금액이 과대평가됐다고 고발했다. 교보생명은 기업공개(IPO) 공모 예정가가 주당 18만~21만원(크레디스위스)에서 24만~28만원(NH투자증권) 수준이었는데 어피니티는 이 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신 회장은 관련 풋옵션에 응하지 않았고 어피니티는 국제 중재 소송을 진행했다. 중재 재판부는 "신 회장이 41만원에 되사 줄 의무가 없다"며 풋옵션 가격이 무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어피니티는 2차 국제 중재를 걸었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교보생명의 고발에 따라 "평가가 전문가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별건 혐의로 어피니티와 안진을 기소했고 관련 1심이 진행됐다. 검찰은 어피니티와 안진 관계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피고인들에게 최대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장)는 "재판에서 드러난 어피니티와 안진이 주고받은 244차례 이메일 내용은 `통상의 의견교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전문가 집단에 주어진 자율적 판단의 영역을 스스로 저버리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1심에서도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재판부는 어피니티와 안진 손을 들어줬다.
어피니티와 안진 측 변호인들은 "이번 판결로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 행사과정에서 제출한 안진의 평가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 됐다"며 "안진 회계사들 및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 관계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어피니티와 안진 무죄가 풋옵션 가격 41만원이 정당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분명히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며 "검찰이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업무에 대해 이례적으로 기소한 것은 이번 사건이 총 1조원대 이익을 노린 대형 경제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어피니티는 신 회장이 도저히 응할 수 없는 가격에 풋옵션을 행사하고 국제 중재를 통해 관철시켜 신 회장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며 "어피니티 측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24%와 신 회장 지분 34%를 합친 58%를 대형금융지주회사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려는 시나리오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풋옵션 분쟁 해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다시 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는 "어피니티가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하게 풋옵션 가격을 제시했다가 신 회장의 반발을 불러오고 결국에 법적인 분쟁에 휘말려 자금회수 기회를 놓쳐버리고 이러 지도 못하고 저러 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피니티는 신 회장을 압박해 현재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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