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서 현지 최대 섬유공장 중 하나를 운영해온 한국기업의 현지 자회사 S&H글로벌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다.
2일(현지시간) AP·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S&H글로벌은 이날 성명에서 아이티 섬유공장의 제조설비 1곳을 폐쇄하고, 노동자 3천5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최근 현지에서 벌어진 여러 소요 사태로 인해 수출품 선적 지연, 주문 취소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고객사들이 카리브해와 중미 지역의 다른 공장들을 공급처로 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지 갱단이 지난해 말 포르토프랭스 유류 터미널을 점거해 지역 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탓에 "2개월간 어쩔 수 없이 공장을 폐쇄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S&H글로벌은 한국 의료제조·수출기업인 세아상역이 2012년 아이티에 섬유공장을 건립하며 세운 현지법인이다. 이 공장 건립은 미국이 주도한 아이티 재건 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미국은 2010년 대형 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아이티 북부 카라콜에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했다.
AP에 따르면 이 산단은 현지 민간 부문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이번에 해고되는 섬유공장 노동자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외신들은 아이티 전역에서 빈곤과 기아 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이번 해고까지 이뤄지면 현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AFP는 S&H글로벌이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아이티 공장의 감원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 더해 현지에서 무장한 갱단의 범죄 급증과 계속되는 사회 불안이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티는 정치·사회 혼란과 경제난이 이어지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극심한 혼돈에 빠졌다. 작년에는 정부 연료비 인상 방침에 대한 시민 반발 이후 무장 갱단이 연일 거리로 나와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 작년 9월 한국 외교당국은 아이티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교민들에게 이웃 나라로 철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사진=AP 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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