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폭탄' 가스공사 영업익 1.8조…정부, 배당 추진

이지효 기자

입력 2023-02-06 19:08   수정 2023-02-06 19:08

    <앵커>

    난방비 폭등으로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악화을 이유로 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인데 정작 가스공사는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대주주인 정부와 한국전력은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난방비 엄청나게 올랐죠?

    <기자>

    지난해 12월 관리비 고지서가 지난달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고지서를 받아든 서민들은 `공포`라는 반응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증샷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25평 사는데 난방비만 70만원이 나왔다" "어떡해야 하냐"고 토로하고 있죠.

    주택용을 기준으로 지난 한해 4, 5, 7, 10월 등 네 차례에 걸쳐서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영향입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당장 4월부터 메가줄(MJ)당 39원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지난 한해 5.47원을 올렸는데, 이것보다 7배 가량을 더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실적, 나쁘지 않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데요?

    <기자>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 8,585억원 수준입니다. 2조원 가까이 영업이익을 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역시 2조 3,225억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가스요금을 올린다고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는 `미수금`을 자산으로 분류하는 독특한 회계 처리 방식 때문입니다.

    예컨대 액화천연가스(LNG)를 100원에 구입해서 그 절반인 50원에 판다고 하면 50원의 손실을 낸 거죠.

    그런데 이걸 미수금 자산으로 분류하는 겁니다. 한국가스공사가 장부 상으로 이익이 난 이유입니다.

    비슷한 상황인 한전은 전기를 100원에 사서 50원에 판매하면 50원은 적자로 봅니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미수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인데요.

    한전은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서 국민에게 직접 판매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 사업자, 발전사 등을 대상으로 도매업을 합니다.

    원재료 값이 떨어져 차익이 생겼을 때 가스비를 내리지 않고, 그 차익으로 미수금을 회수한다는 겁니다.

    <앵커>

    2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은 장부상 이익일 뿐, 사실은 대규모 미수금으로 자본잠식 상태라는 것이군요.

    <기자>

    정부나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요금을 제 값에 받지 못해 쌓인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3월 말이면 이 돈이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요.

    미수금은 2020년 말 1,941억, 2021년 말 1조 7,657억에서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불기 시작했는데요.

    쉽게 말해서 적자가 이 정도 났다는 건데,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가스공사의 실적은 현실과 다르죠.

    미수금을 손실로 판단하면 한국가스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갑자기 미수금이 급증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 원료인 LNG를 해외에서 사와서 도매 요금을 책정합니다.

    이후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고, 도시가스 사업자, 발전사 등에게 가스를 공급하죠.

    그런데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NG 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도시가스 공급 비용의 90% 이상을 원가가 차지하는데요.

    산업용의 경우는 `원료비 연동제`가 적용됐습니다. 원료비에 연동을 해서 계속 요금을 올린 거죠.

    하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주택용에 대해서 `원료비 연동제`를 유예했고, 여기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원재료를 비싸게 샀는데 민간에 이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LNG 가격이 최근에는 떨어졌습니다. 난방비도 따라서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한 산업용 요금은 실제로 최근 소폭 내렸습니다.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말씀 드렸던 것처럼 원료비에 연동하지 않고 있고요.

    원재료 값이 내렸을 때 그 차익으로 미수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이 다 갚아야 한다는 얘기죠.

    이제부터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니 국민들로부터 회수할 일만 남았다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표면적으로 지난해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에 대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인데요.

    현재 대주주는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입니다.

    취재 결과 한국가스공사는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며 "2월 중 결정될 것이다"고 밝혔고,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기재부 역시 배당 추진을 부인하지 않았는데요.

    한국가스공사는 지금까지 장부상 손실이 없을 때 매년 순이익의 23.5~40.8%의 배당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기조 대로면 공사 지분의 26%와 20%를 보유한 정부와 한전이 수백억원 대의 배당금을 받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민들에게는 난방비 폭탄으로 고통 분담을 강요하면서, 정부는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가는 셈이어서 논란이 거셀 전망입니다.

    <앵커>

    서민 주머니를 털어 정부가 배당금을 챙겨가는 격이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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