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했다.
탄핵안 제출은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野) 3당 공동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1일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야 3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탄핵안까지 발의한 것이다.
탄핵소추 사유로는 재난예방·대응과 관련한 헌법·법률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이 명시됐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이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고, 중앙대책본부를 바로 가동하지 않는 등 재난안전법이 규정한 행안부 장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도 어겼다"며 "이태원 참사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때,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됐다.
유가족에 대한 이 장관의 2차 가해성 발언, 국정조사장에서 한 위증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봤다.
민주당 이태원참사대책본부 참사수습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탄핵안 제출 후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직위도 아니고, 정무직으로서 정치적 책임으로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자리"라며 "탄핵으로 발생하는 손해와 혼란이 적다"고 주장했다.
당초 민주당은 탄핵안에 헌법 위반 사유를 들어 경찰국 설치 문제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최종안에서는 제외됐다.
박 의원은 "작성 과정에서도 포함 여부를 놓고 고민과 검토를 했으나, 이태원 참사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도 고민 후 별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 규정에 따라 탄핵안은 `보고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마쳐야 한다.
민주당은 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를 표결할 방침이다. 국무위원 탄핵안은 과반 찬성이면 의결할 수 있어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하다.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사례로 기록된다.
탄핵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이 장관의 권한은 정지된다.
탄핵 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는다. 김 의원이 헌재에 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해 탄핵심판을 청구하면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헌재로 공이 넘어간 만큼 탄핵안 인용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건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도 헌재의 심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만약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각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전 최종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한 중진 의원은 의총에서 "이미 해임 요구까지 한 상황에서 탄핵까지 주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다만, 일각의 신중론에도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 추진을 강행하기로 한 데에는 대여(對與)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쥐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초 `난방비 폭탄` 등 민생 이슈 제기로 가져온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도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