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및 미용 상담을 하다 보면 지나치게 유행에 따라, 혹은 특정 부위에 집착해 미적으로 본인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될 성형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환자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설명하는 것이 관상이다.
관상학(Physiognomy)은 사람의 외모, 특히 얼굴을 연구하여 성격 특성을 유추하는 학문으로, 특정 얼굴 특징과 표정이 사람의 도덕적, 심리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며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운명을 예측한다.
대체로 운명이란 개인의 삶을 포함한 일어날 사건이 미리 결정된 과정이라는 철학적, 종교적 믿음으로 개인의 믿음 문제이다. 운명에 대한 과학적 증거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가 없기 때문에 개인의 신념과 관점, 문화적 배경에 따라 운명에 대한 인식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운명을 믿지않는 사람은 당연히 관상으로 운명이 결정된다는 관상학에 대해서도 불신하겠지만,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명대사가 나온 영화 `관상`이 크게 흥행을 하듯이 우리나라에서 관상에 대한 관심은 어느 사회 못지 않게 크고, 또 관상성형이란 것이 심심찮게 언급되는 것처럼 성형으로 관상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도 계속되는 듯하다.
물론 사람의 외모가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상학은 외모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됨으로써 논쟁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한 운명은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심리학이나 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외모와 성격, 행동간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타고난 기질 및 운명에 대한 학문 중 과학 밖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명리학처럼 관상학 역시 아직까지 현대과학밖의 영역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관심있게 다뤄지는 부분 임에는 분명하다.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문화에 따라 다르고, 점점 더 빠르게 시간에 따라 변화해 가지만, 해석이 변하기는 하나 좋은 관상으로 간주되는 몇 가지 특징은 크게 변하지 않는 듯 하다. 특정 두상, 눈, 코 및 입 모양 등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는 얼굴의 대칭, 비율과 균형, 깨끗한 피부, 건강한 모발 등이 포함된다. 즉, 건강하고, 긍정적이며, 편안한 인상을 좋은 관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서른 이전에는 관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처럼, 관상도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모두가 아는 말처럼,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반영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듯이 어찌 보면 살아온 인생을 보면 살아갈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살아온 인생을 보여주는 얼굴을 보며 그 사람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은 표준분포내에서는 꽤나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성형을 통해, 컴플랙스를 고치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밝고 긍정적인 자세와 표정으로 인해 관상도 좋은 쪽으로 변할 것이며, 성형을 하고도, 외모에 대해 집착하거나, 인생의 많은 결과를 외모의 탓으로 돌리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표정도 우울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관상도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할 수 있다. 성형으로 얼굴은 바뀔 수 있지만 관상은 내가 매일 짓는 표정, 즉 삶의 태도로 나타나며, 그러기에 타고난 관상도 변하며, 자신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운도 변하리라 생각한다. 성형은 거들 뿐, 관상은 삶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변한다.
<자문=아틀리에 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고주영 박사, 고 박사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의학과 석·박사를 마쳤다. 대한성형외과학회 정회원으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아틀리에성형외과의원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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