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위기 때부터 20여년간 이어져 온 낡은 외환 규제를 또 풉니다.
외환거래 시간을 연장하고 글로벌 금융사에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한 데에 이어 까다로운 외환거래 제도를 손 본건데요.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증빙 서류나 사전신고 없이도 1년에 10만 달러까지 해외로 보낼 수 있게 되고, 증권사에서도 일반환전이 가능해집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한 시중은행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해외송금에 대한 유의사항입니다.
연간 5만달러까지만 인터넷 거래가 가능하다고 돼 있습니다.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송금액이 5만 달러를 초과할 경우 은행에 증빙서류를 내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달러 유출을 막겠다며 정부는 IMF 외환위기 때 이러한 `5만달러` 상한선을 만들었는데, 지난 20여년간 경제규모가 커지고 외환거래 수요가 크게 늘면서 불편하고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외환거래 제도를 과감히 손질했습니다.
[추경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자본거래 사전신고 면제 한도와 증빙이 필요없는 해외송금 한도를 연간 5만불에서 10만불로 확대하고, 거래 전 은행 사전신고가 필요한 자본거래 유형도 현행 111개에서 65개로 대폭 축소하겠습니다.]
외화를 조달하거나 해외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위한 대책도 나왔습니다.
앞으론 국내 기업이 현지에 법인을 세우거나 10% 이상 해외법인 지분을 사는 등 해외직접투자를 할 때 수시보고 대신 1년에 한번만 보고하면 됩니다.
관련 규정을 모르거나 보고 시기를 놓쳐 과태료를 내야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또 기업이 외화를 들여올 때 연간 3천만달러가 넘으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 5천만달러로 높아집니다.
환전이 가능한 금융기관도 늘어납니다. 은행과 일부 금융투자사 이외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대형 증권사 9곳에도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환전 업무가 허용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 여행경비 등을 환전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국민과 기업의 외환거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덜어주기 위해 시행령과 규정을 먼저 손봐 이르면 오는 6월부터 개선방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
외환거래 사후보고 전환과 같은 근본적인 외환제도 개편은 연말까지 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입법절차를 밟기로 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관련뉴스